[경상시론]우스워서 웃는데
작성자 울산의사회 (124.♡.151.124)
서중환 중앙병원 원장

-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 맘놓고 폭소를 터뜨리자 -


내놓은 숨을 다시 들여 마시는 것조차 힘든 날이 계속되는 요사이 이러한 찜통더위가 아니더라도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태로 인하여 환하게 웃는 얼굴을 발견하기란 여간해서 보기 힘든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렸다. 괜스레 짜증스러운데 어찌 웃음이 나오겠느냐고 반문한다면 딱히 대꾸할 말은 없다. 하지만 소름이 돋을 만큼 차가운 에어컨 바람 속에 묻혀 지내면서도 더워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유유자적한 부채질만으로도 더위를 식혔던 옛어른들에 비해 과다한 진화로 인한 부작용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최근 강단에선 웃음치료라는 말들이 주제로 부각되고 급기야는 웃음전도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힘들 때 우는 것은 삼류, 힘들 때 참는 것은 이류, 힘들 때 웃는 것은 일류"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쓴다. 물론 힘든 것조차 참아가며 억지웃음을 지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한편으로 해석하면 웃음의 탁월성을 보여주는 일례가 된다 하겠다.

고대에서부터 웃음을 주는 광대들은 웃음치료사라고도 불렸으며, 깃털을 이용하여 억지웃음이라도 자아내게 해 환자를 치료하기도 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무에 지친 임금님을 위해 웃음내시들을 두었으며, 동의보감에도 '웃음은 보약이다'라고 명시돼 있다.

얼마나 속이 시원하며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가는 웃어 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들이 하루 평균 300~500번 웃는데 반해 어른들은 하루 웃는 빈도가 평균 7 회에 불과하다. 참고로 표현이 좀 더 자유로운 미국인인 경우는 하루 평균 14회로 우리의 두 배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웃을 때 약 650 개의 근육 중 231 개가 움직이며, 그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근육은 복부근육으로 알려져 있다. 크게 웃으면 어깨 등 상체 뿐만 아니라 위장, 가슴근육 및 심장까지도 움직이게 돼 전신운동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웃으면 동맥에 탄력을 한껏 주므로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뇌졸중의 원인인 순환계질환도 예방, 질병예방 효과도 탁월하다고 발표된 바 있다. 웃음의 효과를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또 다른 증거일 것이다. 이쯤되면 웃음이야말로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뭐겠는가.

이처럼 웃음이 주는 효과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맘 놓고 웃지 못하는 까닭은 뭘까. 어린아이들이 잘 웃는 이유는 형식과 체면을 차리지 않기 때문이고 어른들이 잘 웃지 못하는 이유는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잘 웃는 사람들을 헤프고 실속없는 사람쯤으로 만들어 버리는 세태가 우리들을 웃음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끔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웃게할 방법은 있다. 몸에 좋다하면 뭐든지 구하고, 독약이라 할지라도 그저 몸에만 좋다면 죽기를 각오하고 무작정 덤비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순수한 성향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마침 이 나라엔 참살이 열풍이 한참이니 그 속에 웃음을 포함시켜 퍼져나가게 하면 충분할 것이다.

웃는 데는 방법이 없다. 잘 웃을 필요도 없다. 그냥 웃고 싶으면 웃으면 될 따름이다. 고상한척 할 필요도 없으며 인격에 손상이 가는지 고민할 필요조차도 없다. 그런데도 남이 웃어야만 같이 웃을 수 밖에 없는 피동적인 웃음만 구사하고 있으니 웃는 것조차도 맘대로 못하는 인생에게 냉소를 던질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요즘 정치판을 보면서 모소(侮笑-남을 비웃는 것)를 하거나 비소(非笑-비웃음)를 던지는 사람들은 더러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웃음이라면 웃음일까.

파안대소(破顔大笑)나 앙천대소(仰天大笑)할 일들이 없는 현실에 그나마 개그 프로라도 보면서 폭소(爆笑)를 터트리거나 미소(微笑)짓고, 희소(喜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마저도 불가하다면 그저 일소(一笑)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서중환 울산중앙병원 원장
(※ 본 자료는 경상일보 2006. 8. 14(월)일자 "경상시론"란에 게재 된 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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