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의 서자' 헤르메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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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복근 (211.♡.20.21) | 작성일 | 08-04-16 23:35 | ||
■ 헤르메스의 탄생 아프로디테가 외간 남성인 미남신 아레스와 동침하다가 지아비로부터 봉변을 당한 일이 있다. 천하일색 아프로디테의 지아비는, 최고의 추남 신 헤파이스토스였다. 이 둘이 부부가 되는 순간은 ‘미녀와 야수’ 아류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세상에 못 만드는 물건이 없는 천재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는 아내가 외간 남성과 놀아난다는 정보를 입수하는 순간부터 며칠 동안 대장간에서 뚱땅거렸다. 그가 만든 것은 보이지 않는 그물이었다. 그는 그물을 아내의 침대에 모기장처럼 쳐놓고는 집을 비웠다. 그가 집을 비우자 아프로디테는 정부(情夫)를 불러들여 금지된 장난을 즐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발걸음 소리를 듣고 일어나려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알몸으로 뒹굴던 간부간부(姦婦姦夫)가 보이지 않는 그물에 갇힌 것이다. 헤파이스토스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등뒤에는 제우스를 비롯해 헤르메스, 아폴론, 포세이돈이 쭝긋쭝긋 서 있었다. 신들은 아프로디테의 알몸을 내려다 보면서 끝이 갈라진 목소리로 저마다 한마디씩 씨우적거렸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물었다. “자네, 전에는 헤파이스토스가 부럽다고 하더니 오늘은 아레스가 부럽겠지? 그러고 보니 자네, 저 그물에 한번 갇혀보고 싶다는 눈칠세?” 헤르메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메르쿠리우스 헨드리크 골치우스(Hendrick Goltzius) 그림, 1611 (네덜란드 할렘의 프란스 할스 박물관) 헤르메스는 로마 신화의 메르쿠리우스와 동일시된다. 메르쿠리우스는 에트루리아 신화의 투름스(Turms)의 후손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인간 세상의 물건들이 들어 있는 두툼한 지갑을 휴대한 메르쿠리우스는 후에 상업과 부를 대표하는 고대의 신들인 데이 루크라이(Dei Lucrii)를 흡수한다. 로마 제국의 혼합주의적 종교 풍토에 따라, 헤르메스가 이집트의 아누비스와 결합하여 헤르마누비스(Hermanubis)가 탄생한다. 비슷한 과정을 거쳐,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라는 이름은 후에 연금술사들이 사용했고 헤르메스와 이집트 신 토트의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혼합주의적(혼혈적) 신으로 다루었다. 헤르메스 혹은 메르쿠리우스는 스칸디나비아(북유럽, 혹은 독일)에서는 보탄(Wotan)/보딘(Woden)/오딘(Odin)으로 불렀고, 따라서 라틴어 디에이스 메르쿠리우스(dies Mercurius)는 앵글로색슨어 Wodnes dæg('보딘의 날'이라는 뜻)에서 나온 영어 Wednesday에 해당하며, 덴마크어로는 온스닥(Onsdag)이다. 오늘날 그리스 우체국의 상징은 헤르메스이다. 헤르메스를 나타내는 여러가지 상징이 있는데 그의 날개달린 다리 또는 신발(신들의 메신저를 나타냄)과 페타수스(작고 동그란 날개달린 모자), 카드세우스(뱀이 감겨있는 따오기의 날개가 달린 마술막대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 막대기는 잠을 재우기도 하는(메두사에게 한것처럼) 마술의 검이기도 하죠. Giovanni da Bologna가 조각한 "날으는 머큐리(=헤르메스) flying Mecury"를 보면 헤르메스가 신들의 전령임을 말해주는 성격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발을 들고 막 날기위해 서 있는 자세인데 바람의 신인 제피로스의 얼굴위에 떠 있구요. 제피로스가 뿜어내는 바람을 타고 막 올라갈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손은 하늘의 제우스(쥬피터)를 향하고 있고 발꿈치를 들고있는 모습은 아라베스크를 추는것 같습니다. “그물이 세 갑절쯤 질겼으면 좋겠소.” 수사(修辭)와 변재(辯才)의 명수 헤르메스는 상업, 학술, 웅변, 발명, 체육의 수호신이다. 뿐만 아니라 사기꾼, 돈놀이꾼, 도둑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세상에 사기꾼과 도둑의 수호신이 다 있나 싶겠지만, 아프리카와 유럽의 중계무역으로 살아온 그리스인들의 생각에 따르면 사기와 절도도 필요악이었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헤라가 아니다. 어머니 마이아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을 당시 퀼레네 산 동굴에서 사는 산의 요정이었다. 제우스의 아들딸을 몰래 낳은 시앗치고 정실(正室) 헤라로부터 곤욕을 치르지 않은 여성은 없다시피 하지만 마이아와 헤르메스 모자만은 예외다. 헤르메스가 워낙 붙임성이 좋고 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신의 혈통을 타고난 아이는 성장이 빠르다. 하지만 헤르메스만큼 빠를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아침에 태어나 한낮에는 벌써 강보를 빠져 나가 소도둑질을 했을 정도다. 소 임자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세상에 귀양와 있던 아폴론이었다. 아폴론은 괄괄한 성질 탓에, 폭행죄를 짓고 귀양살이를 자주 했다. 갓난아기 헤르메스는 장난삼아 소 몇 마리 훔치기로 작정하고 나무 껍질을 벗겨, 소 발에 신길 신발을 여러 켤레 삼았다. 그래야 소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었다. 소를 훔쳐 달아날 때는, 쇠꼬리에 싸리비를 매달아 소가 제꼬리를 흔들어 발자국을 지우게 했다. 훔친 소는 모두 열두 마리였다. 동굴로 돌아온 그는 한 마리만 잡아먹고 나머지는 동굴에 숨긴 다음 태연하게 다시 요람으로 기어들어가 아기 행세를 했다. 아폴론은 소를 도둑맞고 그 행방을 점쳐 보았으나 점괘가 나오지 않자 소도둑을 찾아주는 자에게는 후한 상을 내리겠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산신(山神)들과 인간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시쉬포스가 문제의 동굴 앞에 널린 쇠가죽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 자는 뒷날 제우스를 속였다가, 저승의 산꼭대기로 바위를 굴려 올리는 일을 영원히 해야 하는 바로 그 시쉬포스다. 동굴 안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인간 세상에서 듣던 음악이 아니었다. 솜씨도 솜씨려니와 악기 소리가 전에 듣지 못하던 소리였다. 시쉬포스가 가까이서 듣고 싶어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아기를 돌보던 요정이 앞을 가로막았다. “대체 무슨 악기이기에 이토록 현묘한 소리를 얻습니까?” “잠 드신 아기가 조금 전에 만드신 악기입니다. 아기가 가지고 놀던 거북 소리를 내지 못해서 심심하다면서 거북 속을 파내고 등껍데기에다가 암소 내장을 일곱 가닥 건, 뤼라(수금·竪琴)라는 칠현금이지요.” 헤르메스가 만들었다는 악기 ‘뤼라(lyra)’를 반주로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는 ‘루리코스(luricos)’가 된다. ‘서정시(lyric)’는 이렇게 해서 탄생한다. “아기가 뤼라를 만들고, 뤼라로 자장가를 뜯으면서 잠들었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씀이오? 그렇거니 뤼라를 만들려면 암소 내장이 있어야 하는데…. 쇠가죽을 보니 내장은 어디서 났는지 알겠소만, 암소는 어디서 났소?” 유모가 대답을 못하자 시쉬포스는 나는 듯이 달려가 아폴론에게 보고 들은 것을 고변했다. 아폴론이 달려와 아기 어머니를 깨우고 호통을 쳤다. “아침에 태어난 아기가 해질녘에 암소 내장으로 뤼라를 만들어 자장가를 뜯어? 그렇게 영악한 놈이면 소도 훔칠 수 있을 것이오. 소를 내어 놓으시오.” 헤르메스는 자는 체하고 있다가, 어머니에 대한 닦달이 쉬 끝나지 않을 것같자 강보를 열고 나와 아기답지 않게 한마디 했다. “곰가죽 끈으로 대신(大神)을 묶은 이는 뉘 아들이고, 해뜰녘에 태어나 해질녘 암소 곱창으로 뤼라를 만든 놈은 뉘 아들이오?” 아폴론은 알아먹지 못했다. 헤르메스는, 둘 다 제우스 아들인데 겨우 소 몇마리 가지고 뭘 그러느냐, 이렇게 말한 셈이다. 아폴론은 증거품이 될 만한 암소 가죽과 뤼라를 챙긴 뒤, 헤르메스의 멱살을 잡아들고 천상으로 올라가 제우스의 재판을 청했다. 제우스는 아폴론으로부터, 헤르메스가 한 짓의 자초지종을 듣고는 한 차례 배를 잡고 웃은 뒤 둘의 화해를 중재했다. 그는 아폴론을 귀양살이에서 풀어주고 머리회전이 빠른 헤르메스는 대신의 전령으로 삼았다. 의사, 길들임, 헤르메스의 지팡이 jde0094 Image Zoo 로얄티프리 아폴론의 황금 지팡이에 눈독을 들였던 헤르메스는 제손으로 만든 뤼라를 아폴론에게 주고 대신 그 지팡이를 얻게 되는데, 이 때부터 황금지팡이는 헤르메스의 손을, 뤼라는 악신(樂神) 아폴론의 손을 떠나지 않는다. ■ 흑술(黑術)의 아버지, 헤르메스 초기 기독교의 이단 종파(異端宗派)에 속하는 그노시스(영지주의·靈知主義)파 학자들은 이집트 신성문자의 발명자, 학문, 지혜, 기술의 신 토드(Thoth)를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Hermes Trismegistus)’라고 불렀다. ‘세번 위대하신 헤르메스(Hermes,the thrice greatest)’라고 부름으로써 연금술(鍊金術)의 원조(元祖)인 이집트 신 토드를 헤르메스와 동일시한 것이다. 연금술이란 무엇인가. 구리,주석 같은 비금속(非金屬)으로 금, 은 같은 귀금속을 정련(精鍊)하는 기술, 고대 이집트의 야금술(冶金術)과 그리스 철학의 전통인 원소(元素)사상의 결합으로 태동한, 요즘 말로 하면 첨단과학이다.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바로 ‘연금술(alchemeia)’의 종사자를 뜻하는 ‘알키미스타(alchimista)’는 ‘키미스타(chimysta)’를 거쳐 ‘케미스트(chemist)’, 즉 화학자가 된다. 말하자면 연금술에서 화학이 발원하고, 화학이 근대화하면서 문명을 꽃피우게 되는 것이다. 연금술은 물질의 연금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정신에서 ‘금’에 견주어질만한 것을 모색하는데, 이것이 바로 정신의 정수로 여겨지던 ‘철학자의 돌(lapis philosophrum)’이다. 놀라운 것은 바로 이 ‘연금술사’를 뜻하는 ‘헤르메틱(Hermetic)’이 헤르메스의 이름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금술을 뜻하는, 그리스화(化)한 아랍어 ‘알케메이아(Alchemeia)’는 ‘금속을 변화시키는 기술(The art of transmuting metals)’을 뜻한다. 원래의 의미는 ‘흑술(The art of black)’이다. 이 흑술의 정점에, 잔머리 굴리기의 명수, 올륌피아의 꾀주머니 헤르메스가 있다. <이윤기,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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