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꿈을 키워주는 일…”
작성자 이복근 (211.♡.20.173)
스쿨업 개인 기부 最多 이태규 원장
“돈으론 못사는 보람 얻었죠”
모교 돕는 일로 시작했지만 통영지역 다른 학교도 지원
오윤희 기자 oyounhee@chosun.com

“병원 건물이 낡아서 이사를 해야 하는데…. 학교들을 도우면서 계속 미루게 되네요. 스쿨업 캠페인에 한번 맛들이니까 쉽게 끊을 수가 없어요, 허허.”

신경내과의사인 이태규(45) 원장이 쑥스럽게 웃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태규 신경내과 진료실에서 만난 그는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캠페인을 통해 4개 초등학교에 2000만원 가량을 지원했다. 4번이나 학교를 지원한 그는 스쿨업 개인 기부자 중 최다 횟수 기부자다.

그의 학교 후원은 고향인 경남 통영에 집중됐다. 한산초등학교(교장 이덕구)엔 컴퓨터 10대가 생겼고, 원량초등학교 노대분교(교장 김동철) 전교생 3명은 각각 자전거와 컴퓨터를 1대씩 받았다. 이 원장 모교인 원량초등학교 연화분교엔 컴퓨터 3대와 노트북 컴퓨터 1대, 복사기 1대가, 이 원장 부친이 교장으로 정년 퇴직하고 누나가 현재 교사로 일하는 유영초등학교(교장 이태원)엔 냉방기 1대가 새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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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학교 4곳에 2000만원 가량을 기부한 이태규 원장이 서울 논현동 자신의 병원 벽을 장식한 하트 모양의 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카드들은 한산초등학교 아이들이 보낸 감사카드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작년 추석 연휴, 이 원장은 30여년 만에 모교인 통영 연화도 연화분교를 찾아갔다. 옛날 180여명이 뛰놀던 학교는 전교생이 6명뿐인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친구들이랑 고무신 신고 축구하며 뛰놀던 곳입니다. 새 교실을 짓는대서 장마 때 천막 밑에서 비 맞으며 공부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폐교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하니 기분이 참 묘했어요.”

‘학교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는 올해 3월 스쿨업 캠페인 기사를 읽다가 ‘옳거니!’ 했다고 한다. 처음엔 ‘대기업이 몇억원씩 기부하는데 내가 참여해도 되나’ 싶었지만, 통영 지역 학교들이 스쿨업 홈페이지(schoolup.chosun.com)에 올린 사연들을 보고 망설임은 없어졌다. 4월 말쯤 한산초와 노대분교에 물품을 보내고, 뒤이어 모교인 연화초와 유영초에도 필요한 것들을 사서 보냈다. 이 원장은 스쿨업 캠페인 외에도 작년 12월부터 모교인 통영중학교 학생 5명에게 매달 장학금을 20만원씩 보내주고 있다.

“사람들이 저희더러 ‘다정병(多情病) 환자’래요. 남들 아픈 것, 슬픈 것 보면 저희들도 전염된 것처럼 마음이 아프거든요.” 병원 사무를 돕는 아내 백미선씨가 말했다. 그녀는 “한꺼번에 큰 돈을 기부하면 좀 힘들긴 해도, 그 보람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어린이날 부부는 한산초등학교에 갔었다. 그때 아이들은 “야, 컴퓨터 주신 선생님이다!” 하며 깡총깡충 뛰어와 안겼다. 교실 앞에는 아이들이 삐뚤삐뚤한 글씨로 쓴 감사카드들이 붙어 있었다. 부부는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 고사리 손으로 편지를 썼을 거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너무 귀여워서 카드는 전부 가져왔죠.” 감사 카드들은 지금 병원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다. 하트 모양 카드에 “저도 나중에 선생님처럼 친절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젠 컴퓨터 수업을 자주 할 수 있어 좋아요”라고 적힌 카드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어렸을 때 방과 후에 친구들 공부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친구 어머니가 와서 ‘소 꼴 먹이라고 했는데 너 지금 뭐하고 있니’ 하고 야단치며 아이를 끌고 가셨어요. 그때부터 집안 사정이 어려워 공부를 못 하는 동무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이제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도와야죠.” 이 원장은 이번 겨울방학 때 노대분교 전교생 3명을 초청해 서울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힘이 닿는 대로, 하나라도 더 많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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