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머금은 듯 수줍은 들꽃들
작성자 이복근 (211.♡.21.220)
서양화가 손돈호씨 19번째 개인전 1월2일까지 갤러리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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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들꽃이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서양화가 손돈호(사진)씨가 26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울산시 남구 삼산동 현대백화점 울산점 9층 갤러리H에서 열아홉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개막식 26일 오후 7시.

쑥부쟁이, 은방울꽃, 양귀비, 달맞이꽃, 모란, 나팔꽃, 수선화 등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들꽃을 소재로 한 그림을 선보이던 그는 이번엔 들꽃에 어울리는 글귀를 바탕에 그려놓았다.

아침 10시 무렵 피는 나팔꽃에는 '향(香)', 무리지어 피는 화사한 느낌을 주는 쑥부쟁이에는 '청향(晴香)',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양귀비에는 '방초(芳草)'라는 글귀를 담았다.

그는 "아름답게 보이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며 "꽃 뒤에 보이는 배경을 만들어 풍경 자체보다는 자연을 바라보는 사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두 25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특이하게도 1호부터 10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그림을 선보인다. '야화효무(野花曉霧)'를 바탕에 깔아놓은 쑥부쟁이는 두번째로 그린 100호짜리 그림이다.

그는 "그동안 초식동물들의 먹이로만 생각되던 들풀의 아름다움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우리네 인생도 관심을 어떻게 가져주느냐에 따라 아름다움의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선보이는 그림들은 마치 한폭의 동양화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먹은 아니지만 묵향이 도는 듯한 느낌마저 돈다.

그는 "내가 동양인이라서 그런지 서양화를 그려도 그 여백처리는 추상적으로 해 동양화 같은 느낌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고 전하며 "2005년 후반기부터 그림의 바탕에 글을 써넣어 왔지만 울산에서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서 처음 선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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