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등산길]탁트인 정상에 서면 시린 동해 한눈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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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복근 (211.♡.19.164) | 작성일 | 06-09-28 09:52 | ||
울산사람들은 산이 많아 행복한 사람들이다. 동쪽에는 울산의 진산 무룡산이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서쪽에는 문수산이 울산의 오랜 전설을 간직한 채 울산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공해준다. 아쉽게도 그 중간에 있던 함월산은 개발의 욕심 앞에 정수리가 잘려나가 울산의 주산으로서 기가 쇠퇴해가고 있다. 산이 기를 잃으면 물맛이 변하고 인심도 변하며, 그 정기를 받던 마을들도 차츰 그 기운을 잃게 된다고 옛 사람들은 말한다. 그나마 무룡산과 문수산이라도 남아있어 다행이다. 무룡산은 원래 인근 주민들의 삶이 진하게 묻어있는 산이다. 가난했던 옛날, 인근 주민들은 무룡산에서 나물을 캐고, 약초를 캐고, 땔감을 구했다. 칡이며, 각종 나무열매며, 가재와 물고기가 풍부해 주민들의 배를 채워주었다.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은 무룡산에서 풀을 뜯으며 농삿일을 할 힘을 길렀다. 곳곳에는 약수터가 있어 무룡산을 찾는 주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던 무룡산은 최근 들어 울산 12경 중의 하나로 선정되면서 울산산업의 이미지와 연계돼 가고 있다.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울산12경 중 무룡산을 설명하는 글은 이렇게 적고 있다. "무룡산에서 관망하는 울산공단 야경은 마치 보석을 뿌려 놓은 것과 같이 아름다우며, 울산이 한국의 산업수도로서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역동성과 상징성이 있다"고. 무룡산의 산행길은 십수군데가 있지만 컴퓨터과학고(구 화봉공고) 뒤편 화동저수지로 올라가는 코스가 완만하면서도 정겹다. 화봉교회 뒤로 난 길을 따라 100여m 직진하면 자그마한 화동저수지가 나오고 이 곳을 지나면 정자와 약수터가 있는 쉼터가 기다리고 있다. 물통에 물을 충분히 넣고 신발끈을 조여맨 뒤 여기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40여분 동안 길은 외길이다. 마침내 눈앞에 체육시설이 나타나면 길은 두갈래로 갈라진다. 왼쪽은 계곡으로 쏟아져 내리는 길이고 체육시설쪽은 능선을 따라 매봉재로 오르는 길이다. 어느 길이든 좋지만 매봉재로 향한 능선을 타면 전망이 훨씬 좋다. 매봉재부터는 목책이 여기저기 만들어져 있고, 매봉재에서 산 허리로 내려왔다가 다시 무룡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에도 군데 군데 목책이 설치돼 있다.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인공적인 분위기가 달갑지 않다. 특히 매봉재 수풀 사이에 지그재그로 쳐 놓은 목책에 대해서는 등산객들 모두가 '쓸데 없는 짓을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룡산 정상은 언제 와도 시원하다. 푸른 동해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아득한 수평선 너머에서 달려온 바람이 휭휭 얼굴을 스쳐 달음질해간다. 정상에서 북쪽 능선을 바라보며 하산길을 택하면 얼마 안가 또다시 쉼터가 나온다. 맨발 지압로와 정자, 소공연장까지 만들어져 있어 안락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시간이 남는다면 정자에서 낮잠을 한 숨 자도 좋으리라. 이제는 송정저수지 방면으로 내려갈 차례다. 송정저수지로 향한 하산길은 군데 군데 나 있어 팻말을 보고 맘에 드는 코스를 택하면 된다. 서당골도 좋고 달령재도 좋다. 송정저수지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서당골쪽으로 길게 꼬리를 드리우고 있는 송정저수지는 언제 보아도 넉넉하다. 산들거리는 바람에 '파르르···' 물결을 밀고가는 송정저수지의 고즈넉한 모습은 평화와 관용을 생각케 한다. 송정저수지에서 화봉교회까지는 들판 가운데를 걷는 산책길이다. 택지개발을 위해 철거돼 가고 있는 화동마을의 옛 촌락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개발의 압력이 혹 무룡산의 정기까지 빼앗아 가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도 된다. 산이 기를 잃으면 물맛이 변하고 인심이 변한다고 했는데···. 글·사진=산유회(www.iphotopi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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