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우리가 해냈다” 새벽하늘 승리의 환호성 나이지리아전 응원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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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응원전에 나선 붉은악마들이 경기 시작과 함께 붉은 조명을 밝히며 대형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김동수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이 23일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을 2대2로 비기면서 사상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하자 울산을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 승리의 환호성이 메아리쳤다.
울산 문수축구경기장과 호반광장에서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등 응원구호에 승리의 염원을 실어 남아공으로 날려 보낸 시민들은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서로 얼싸안으며 하나가 됐다.
시민들은 우리 대표팀이 다음 상대로 확정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마저 내친김에 뛰어넘어 8강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수축구장·호반광장 3만 응원인파
○…울산에서 유일하게 한국나이지리아의 거리응원전이 열린 호반광장과 문수축구경기장은 22일 오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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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반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한국팀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기차놀이로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동수기자 | 까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여 관계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애써 마련한 행사장이 행여 텅텅 빈 채로 응원전이 시작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불과 1~2시간이 지난 후 울산 시내 곳곳에서 잠복 중이던 축구팬들이 모여들면서 호반광장과 문수축구경기장은 금세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경기장 입구를 지키던 한 경찰은 “11시 전후로만 약 3000명이 한꺼번에 입장한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날 거리응원전에 참여한 시민은 호반광장과 문수축구경기장 등 모두 3만명에 달한다.
계란, 햄버거 … 응원 야식도 갖가지
○…월드컵 한국대 나이지리아 전이 열린 23일 새벽, 울산에서 유일하게 거리응원전이 펼쳐진 문수체육공원내 호반광장에는 축구대회가 열리기 한 시간 전쯤부터 아예 대형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
대부분 20~30대로 보이는 청춘남녀들은 저마다 붉은 티셔츠와 반짝이는 붉은악마뿔을 달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야식타임을 가졌다. 이들을 노린 상인들은 호반광장 주변 곳곳에 진을 치고 계란과 얼음에 절인 음료수 및 맥주, 오징어, 햄버거 등을 무더기로 내다 팔았다.
특히 일부 상인은 응원인파가 치킨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감안해 수백마리의 치킨을 봉지에 담아 진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번쩍이는 ‘악마 뿔’ 머리띠 장관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선수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 TV에 비치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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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면과 태극 캐릭터로 분장한 붉은악마들이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다. 김동수기자 |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것은 역시 대한민국의 에이스 박지성이었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애국가를 함께 부르던 시민들은 한국나이지리아 전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목청껏 “대한민국”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대형 응원기와 북을 이용해 응원을 주도하던 ‘붉은 악마’가 홍염을 켜면서 열광적인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대다수가 붉은 티셔츠를 입고 왔지만 독특한 모습으로 눈길을 모은 사람도 많았다. 붉은 악마의 삼지창을 들고 나온 대학생이 있는가 하면, 한 남자는 빡빡 민 머리에 차두리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웃음을 유도했다. 붉은 악마의 뿔을 상징하는 머리띠도 인기. 문수경기장 응원석 곳곳에서 번쩍이는 머리띠 불빛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뛸 만큼 장관을 이루었다.
아파트단지 새벽부터 점등 ‘불야성’
○…23일 새벽의 호반광장 응원인구는 지난 17일 아르헨티나 전 때보다는 다소 적었지만 여전히 호반광장을 꽉 메우고도 모자라 문수축구장 안으로 엄청난 인구가 쏟아져 들어갔다. 시설관리공단 측은 이날 한국대 나이지리아 전을 관전한 응원인파가 3만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7일 저녁 8시30분부터 열린 아르헨티나전에는 약 2만5000여명이 호반광장과 문수축구장을 메웠다.
이날 호반광장 외에도 각 지역 아파트단지에는 3시께부터 거실에 불이 켜지기 시작해 경기가 시작될 때는 마치 평일의 밤 11시께의 상황을 방불케 했다.
중구 태화동 전원아파트의 경우 한국의 이정수가 코너킥을 받아 첫 만회골을 터뜨리자 아파트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로 함성이 터져나왔다.
금품수수 연루 구청은 분위기 썰렁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이기면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기록을 세워 대한민국 전체가 자축 분위기이지만, 금품 여론조사 사건과 연루된 기초단체장 소속 구청은 하루종일 침울했다.
중구청의 경우 일선 공무원들은 식사 시간 등을 이용해 삼삼오오 모여 16강 진출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23일 오후 2시 부산고등법원에서 조용수 중구청장의 금품 여론조사 항소심 1차 심리가 열린 탓에 서로간의 눈치 보기와 표정 관리에 바빴다.
MB “국민과 함께 기뻐하며 축하”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2010 FIFA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 진출에 성공한 우리 축구대표팀에게 축전을 보내 “국민과 함께 기뻐하며 축하한다”고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축전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태극전사들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며 “꿈을 이루는 힘은 목표를 향한 흔들림 없는 집념,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불굴의 도전정신”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일 수 있지만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며 “8강을 향한 도전에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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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문수체육공원 호반광장에서 응원전을 펼친 붉은악마들이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김동수기자 |
“거리응원전, 마무리까지 깨끗하게”
○…누가 거리응원전을 민폐라고 불렀나. 한국의 극적인 16강 진출이 확정된 직후 열광적으로 환호하던 축구팬들은 그제서야 날이 훤히 밝은 것을 깨닫고 서둘러 집으로, 직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돗자리를 깔고 맥주와 치킨 등을 먹던 시민들 대부분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쓰레기를 치웠고 응원석 외곽에 서서 생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청소에 동참했다.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축구강국 답게, 이날 매너도 최고였다.
반면 승리에 취한 일부 시민들은 타고 온 오토바이를 몰고 문수로를 질주,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10여 대의 오토바이들은 차량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집고 들어가며 아찔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울산시의사회, 응원객 의료지원활동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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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의사회는 23일 남구 옥동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대한민국 대 나이지리아 월드컵 경기 응원을 나온 시민들을 위해 의료지원 활동을 펼쳤다. | ○…울산시의사회(회장 최덕종)는 23일 남구 옥동 문수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대한민국 대 나이지리아 월드컵 경기 응원을 나온 시민들을 위해 의료지원 활동을 펼쳤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과 15일 월드컵 경기 응원전에도 울산시의사회 의료지원단은 진료소를 꾸리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대처를 했다.
2010년 06월 23일 (수) 21:58:51 배준수 기자 newsma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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