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65세로 은퇴한 K씨의 하루
작성자 울산의사회 (211.♡.21.15)
서중환 중앙병원 원장

K씨는 오늘도 새소리에 눈을 뜬다.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손목시계를 찾았다. 시계를 차는 순간 그의 혈압과 체온, 심박수 등 기초 건강정보가 인근 도시의 대학병원에 자동으로 전송되기 때문이다. 전담의료진은 출근과 동시에 K씨의 건강상태를 보고받고 이상이 없는지를 살핀다.

K씨는 마을 입구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로 가서 새벽 산책길에서 만난 L씨와 라켓볼을 즐긴 후 아내가 챙겨준 아침 식사를 마치고선 마을 공동농장으로 향하였다. 4시간 정도의 가벼운 일을 하면서 은퇴후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공동농장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신만의 텃밭에 들른다. 점심 식탁에 올릴 상추를 따기 위해서다. K씨는 아내와 상추쌈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 3시께 마을 단지내에 있는 6홀 짜리 퍼블릭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겼다. 방학을 맞아 내려온 손자 녀석들과 커뮤니티 센터에서 보드게임과 당구를 즐기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K씨는 50년간의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작년에 이곳 '금빛마을(가칭)'에 입주했다. 은퇴 후 실버타운에 입주할 생각을 갖고 있던 K씨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복합노인복지단지가 들어선다는 말을 듣고 입주원서를 냈다. 자신과 부인의 몫으로 각각 1억원씩 총 2억원을 투자금 형식으로 납부하고, 부부가 생을 마칠 때까지 이 곳에서 살게 됐다. 2억원은 일종의 기금으로 10년 소멸형이다. 10년안에 사망할 경우는 일정 비율에 따라 원금 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10년이 넘으면 원금을 돌려받지는 못한다. 대신 원금에 대한 이자는 죽을 때까지 꼬박꼬박 나온다.

이상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제시한 미래형 복합노인복지단지인 '시니어 컴플렉스'(Senior Complex)에 입주할 K씨의 하루를 가상으로 꾸며본 것을 소개한 것이다. 기존의 실버타운이나 양로원은 돈이 아주 많거나 또는 돈이 전혀 없는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비해 시니어 컴플렉스는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 정도를 소유하고 있는 도시 중산층 은퇴자를 위한 시설이다. 서울대 연구팀에 따르면 시니어 컴플렉스 운영은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담당하며, 주민들은 입주시 1~2억원 가량을 투자금 형식으로 출연해야 한다.

지자체는 투자금을 지역의 특성화 산업에 투자해 일정금액의 이자를 보장해 주고, 입주자들은 공동 농장에서의 노동을 통해 임금을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단지 내에는 주택 외에도 너싱 홈 등 보건의료시설, 문화 여가시설, 골프장 등 체육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시니어 콤플렉스는 전북 순창군, 전남 곡성군 등의 지방자치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 2008년쯤에는 현실화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서천군은 지난 2005년 3월에 도시와 지역노인들을 위한 노인종합복지타운 기공식을 가졌으며 그 인근에 시니어 컴플렉스를 함께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광역시도 동부산권 개발계획에 관광테마파크 조성과 더불어 시니어 컴플렉스도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농업과 농촌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여러가지 시도와 투자를 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도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산기반산업 위주에서 탈피, 농촌의 공간과 자원을 활용하는 개발정책과 농민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및 지자체와 함께 하는 시니어 컴플렉스 사업도 포함돼 있다.

울산은 시니어 컴플렉스가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인 따뜻한 기후와 넓은 농촌지역이 있다. 문화시설 혜택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대도시가 인접해 있고, 골프를 비롯한 레저스포츠 인프라는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잘 구비돼 있다. 울산시도 머잖아 심각하게 직면하게 될 노인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니어 컴플렉스 유치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리라고 여겨진다.

[2006.10.12 23:10]

서중환 울산중앙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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