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지금 여기에서의 휴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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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울산의사회 (124.♡.151.124) | 작성일 | 06-08-25 11:43 | ||
김경승 마더스 병원장ㆍ정신과 전문의
- 이미 시작된 진정한 휴가 - 온 나라를 달구고 있는 불볕더위를 피해 인파가 빠져나간 시내는 고요함과 뜨거운 열기가 버무러져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들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휴식과 즐거움, 그리고 행복을 찾기 위해. 산과 계곡, 또한 바다를 향하는 길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 행렬이며 공항에는 이국에서의 멋진 시간을 꿈꾸는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그렇게들 멀리 가야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 여기에서 휴식을 취할 수는 없는 것일까. 여행은 자아탐구와 평가의 기회가 되며 틀에 박힌 환경에서 탈피하여 심신의 평정과 휴식을 제공한다. 또한 여행을 통해 가족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고 미지의 삶과 문화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국인의 반은 직장생활보다 여행준비가 더 큰 스트레스라고 말하고 한 해에 이탈리아인 300만 명은 휴가를 가지 않으면서 남에게는 떠났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생필품을 쌓아놓고 집에 틀어박혀 TV를 보거나 비디오를 보면서 시간을 떼운다고 할 만큼 때로는 휴가가 사회적인 지뢰밭이 되기도 한다. 누구와 갈까?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무엇을 입어야 하나? 어디에서 잠자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 즐거운 변화에 대한 기대가 막중한 스트레스의 원천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휴식은 우리의 의식이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와 지금 이 순간과 깊이 접촉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명은 지금 이 순간 속에만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지금 여기에 머무르지 못하고 지나간 일에 집착하고 오지 않은 일에 애태우면서 고통과 불만족을 피해 지금 이 순간에서부터 달아나고 있다. 우리가 삶에 지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진정한 휴식은 우리가 지금 여기에 머물러서 지금 이 순간 속에 충만하게 존재할 때 가능해진다. 휴식은 깊은 계곡이나 이국의 해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휴식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지금 이 순간에 붙들어 매고 그 속에 머무르게 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우리는 자주 행복을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내일 혹은 어느 미래에 어떤 조건이 만족된 후로 미루는 마음의 습관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서 달아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깊이 접촉함을 통해 받아들인다는 것은 수동적인 굴복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난 일이 이미 현실의 일부가 되었음을 승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당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라도 이미 그것은 현실의 일부가 되어있으므로 지금 이 순간에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은 다음 순간의 일이며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 뒤에도 나의 노력의 결과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지금 이 순간으로 돌이키는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의 몸과 호흡을 자각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숨 쉬고 있는 몸을 자각할 때 자신이 살아있으며 또한 혼자가 아니라 만물과 함께 연결되어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때 우리의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온 듯 휴식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 속에 머무는 마음은 고향에 돌아온 듯 깊은 안도와 휴식을 느끼는 것이다. 휴갓길, 짜증나는 교통체증에 갇혀 있을 때 휴가 예정지에만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하여 빨리 그곳에만 가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호흡과 몸을 자각하면서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함께 옆에 앉아 있는 가족들이며 차창 밖에 펼쳐진 구름과 나무를 깊숙이 바라보라. 그 때 이미 진정한 휴가는 시작되고 있다. 김경승 마더스 병원장ㆍ정신과 전문의 (※ 본 자료는 경상일보 2006. 8. 3(목)일자 "경상시론"란에 게재 된 건임.)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4-06-24 19:00:29 언론보도기사에서 복사 됨] http://www.ulsandoctor.org/bbs/board.php?bo_table=news02&wr_id=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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