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효과 1
작성자 이복근 (211.♡.20.21)
우리나라에서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coach)이란 직책은 바람잘 날 없는 자리이다. 역대 축구 국가 대표 감독을 맡았던 사람들은 찬사보다는 모진 마음 고생을 하고 자리를 떠났던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았던 히딩크는 예외다. 히딩크의 영웅 등극 신화를 지켜보면, 논란이 많은 이른바 "기대효과"의 타당성에 대해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U of California at Riverside의 저명한 심리학자 Robert Rosenthal은 "기대는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rsy)"이 된다는 이른바 기대효과 (expectation effect)를 제시해서 학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로도 알려진 이 자기 수행적 신념(self-fulfilling belief)의 핵심은 우리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바라보거나 판단하는가에 따라, 그 대상자의 행위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새로 오신 선생님이 뛰어나다는 기대를 가질 경우, 그 기대를 받은 선생은 기대에 부응하는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다. 또 새로 부임한 코치가 팀을 잘 이끌어 월드컵 4강에 들게 만들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경우, 이 코치는 이 기대에 부응하는 선전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이다. 이 효과는 일반적으로 위에서 예시한 것보다는, 주로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기대효과에 종종 더 초점이 맞춰진다. 이를테면 학교 선생이 특정 학생에게 기대를 갖고 있을 경우, 그 기대를 받는 학생이 더 우수한 능력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교사의 기대효과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비과학적인 이 자기 수행적 예언의 이면에는 비교적 타당한 논리가 숨어 있다. 바로 그 기대효과에 따라 기대를 주는 사람들이 기대를 받는 사람에게 암묵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은 고전이 된 유명한 실험에서, Rosenthal 과 Jacobson(1968)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무작위로 선발한 일군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효과를 증명해 보인다. 학기 초에 어떤 선생님에게 한 학급 학생 중 특별히 4명의 학생이 어떤 능력 테스트에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준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고 전체 학생 중에 위에서 말했던 4명의 학생들의 IQ성적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더 낳았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놀라운 결과는 전 미국 교육 심리학계의 교과서에 기록이 되고, 이 결과가 주는 함의가 계속해서 논의가 되어 왔다. 바로 기대를 갖는 대상에 대해 기대를 주는 사람이 보여주는 태도는 다른 대상에 주는 태도보다 "더 우호적이고, 더 이해의 폭을 넓게 해 주고, 어떤 행동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며, 차별화된 피드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기대효과는 단지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한 실험에서 12명의 사람에게 생쥐 5마리를 할당해 주었다. 6명의 사람에게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쥐가 다른 쥐에 비해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주고, 다른 6명에게는 이 쥐들이 다른 쥐보다 멍청하다고 말해 주었다. 물론 이들 쥐들은 똑같은 종에서 추출했고 오직 차이는 그들을 훈련시키는 학생들의 기대치에만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이 12명의 학생들에게 5일간 그들의 생쥐를 미로에서 훈련시키는 일을 하게 했다. 결과는? 역시 좋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던 학생들에게서 훈련 받은 쥐들이 미로를 통과하는데서 더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Rosenthal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은밀하게 전달되는 커뮤니케이션 (covert communication)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기대치를 높게 가진 학생들은 쥐들의 행동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좀 더 편안하게 대해 주었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열등한 쥐라고 들었던 학생들은 아무래도 자신의 쥐들이 어떤 부족한 행동을 보이면, '이 멍청한 놈의 쥐'라는 식으로 쥐들을 자극하고 스트레스를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피그말리온 신화에 대해: 시프루스 섬에 살았던 Pygmalion 이라는 뛰어난 조각가는 여성 혐오자였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일지라도 조금씩 부족함이 발견되는 것을 못마땅했던 그는 결혼하지 않기로 작심한다. 그리고 그의 천재성을 통해서 완벽한 조각 여인, Galatea가 탄생한다. 그는 일순간 그의 창조물과 사랑에 빠지지만, 조각품은 아무런 반응이 없는 조각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애절한 사랑에 감동한 여신 비너스는 이 여인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결국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과 결혼할 수 있었다.
참고문헌:
Rosenthal, R., & Jacobson, L. (1968). Pygmalion in the classroom: Teacher expectations and pupils' intellectual development. New York: Holt, Rinehart & Winston.
Rosenthal R. (2003). Covert communication in laboratories, classrooms, and the truly real world.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2, 15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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