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작성자 이복근 (211.♡.20.43)
K4.1Hera.jpg
Museum Collection: Museum of Art,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New York City, USA
Catalogue Number: RISD 25.078
Beazley Archive Number: 204109
Ware: Attic Red Figure
Shape: Lekythos
Painter: Attributed to the Brygos Painter
Date: ca 500 - 475 BC
Period: Late Archaic

SUMMARY

Hera sits on a throne decorated with a cuckoo (?) bird. The goddess holds a cup in one hand and a royal lotus-tipped sceptre in the other.


"부부생활에서 덕을 보는 것은 여성이에요. 남성은 여성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고달픈 짐승에 지나지 않아요." 제우스의 지론이다. "천만에요. 남성이에요. 여성은 남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가엾은 노예에 지나지 않아요." 이것은, 제우스의 정실부인 헤라의 지론이다.

말은 점잖게 하고 있지만, 지금 이들의 주제는 성생활이다. 누가 더 좋은가? 남성인가, 여성인가?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와 정실부인인 헤라는 자주 토닥거린다. 토닥거리기의 빌미가 되는 것은 대개의 경우 제우스의 난봉이니, 인간 세상의 여염집 부부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헤라가 약을 올리면(간접 폭력을 쓰면), 성미가 불같은 벼락의 신 제우스가 손찌검을 하는(직접 폭력을 쓰는) 경우도 있다.

'제우스의 바람기 다잡은 '질투의 불길'

제우스와 헤라는, `섹스'로 재미를 더 보는 쪽은 남성이라커니 여성이라커니 토닥거렸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인간 세상 같으면 안 할 말로, `귀이개로 귀를 후비면 귀가 시원하답니까, 귀이개가 시원하답니까' 아니면, `칼을 위해 칼집이 있는 건가요, 칼집을 위해 칼이 있는 건가요'하는 따위의 논점을 흐리는 흑백 논리적 단칼질이 난무했을 법하다.

"그러면 테이레시아스에게 물어봅시다."

제우스와 헤라는 이런 잠정적 결론에 도달했다.

누가 '섹스'로 재미 더 보는가

테이레시아스는 누구인가? 그가 카타이론 산에서 양치기 노릇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그가 바위틈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는 한 쌍의 뱀을 보았다. 짝짓기 끝내는 것을 마저 보고 양떼를 따라가려는데, 한 쌍의 뱀은 끝낼 기미를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들고 있던 지팡이로 뱀을 톡 쳤다. 잔뜩 긴장해 있던 암컷이 죽고 말았다. 테이레시아스는 그날부터 사내 구실을 못하고, 양치기 사내들의 사랑을 받으며 여성으로 살았다. 여성으로 산 지 7년째 되던 날, 테이레시아스는 같은 바위틈에서 짝짓기하는 한 쌍의 뱀을 보고는 이번에는 수컷을 톡 쳤다.

이번에는 수컷이 죽었다. 이로써 테이레시아스는 그 남성을 회복하고 여자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제우스와 헤라는 그러니까 양성(兩性)을 두루 경험한 테이레시아스가 정답을 알 터이므로, 그에게 물어보자고 한 것이다.

전령신 헤르메스가 논쟁의 심판을 의뢰하자 테이레시아스는 이렇게 말했다.

"남성은 짐작했던 기쁨의 열 몫 중 하나밖에는 누리지 못합니다만 여성은 기다리는 것이 이미 마음의 기쁨이니 열 몫을 다 누리는 것이지요."


K4.8Hera.jpg
K4.8 ZEUS, HERA & ATHENE

Museum Collection: Museo Nazionale di Villa Giulia,
Rome, Italy
Catalogue No: Villa Giulia 2382
Beazley Archive No.: 217526
Ware: Attic Red Figure
Shape: Bell krater
Painter: Near the Talos Painter
Date: ca 400 BC
Period: Late Classical

SUMMARY

Detail of Hera, Zeus and Athene from a painting depicting Herakles' entrance into Olympos. The king of the gods is seated on a throne, with a tiny winged Nike (Victory) flying over his shoulder. He holds a royal staff, as does his queen, Hera, who stands to his left gazing away (in anger?). The goddess also wears an elaborate crown. Athene leads Herakles to the throne of Zeus. She is depicted holding a spear, and wearing the aigis cloak and an elaborate helm. The aigis is trimmed with serpents and set with the head of the Gorgon.

NOTEThis is a drawing of the vase rather than a photographic representation.



이 심판은 늘 제우스에게 당하기만 한다고 여기던 헤라를 격노하게 했다. 격노한 헤라는 테이레시아스의 육안(肉眼)을 빼앗아 버렸고, 제우스는 자신을 편들어준 테이레시아스에게 육안 대신 심안(心眼)을 주고 여느 사람의 일곱 갑절을 살게 했다. 테이레시아스가 사람들의 운명을 미리 읽을 수 있는 것은 이 때 제우스로부터 심안을 얻었기 때문이란다. 신화에 등장하는 용한 점쟁이는 거의가 장님이다. 육안이 멀어야 비로소 심안이 열린다는 뜻일 터이다.

제우스에게 벼락이라는 무기가 있다면 헤라에게도 무기가 있다. 헤라는 인간 세상의 여염집 아내처럼 지아비에게 눈물로 호소하지 않는다. 헤라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헤라에게는 두 가지의 무기가 있다. 첫 번째 무기가 바로 카타노(Kathano) 샘이다. 헤라는 제우스와 동침한 다음이면 반드시 새벽의 여신 에오스를 대동하고, 나우플리온에 있는 카타노 샘 혹은 카나토스 샘으로 내려가 몸을 씻는다. 카타노 샘은 마법의 샘이어서, 그 물에 몸을 씻으면 헤라는 다시 처녀가 된다. 그러니까 제우스는 헤라와 동침할 때마다 처녀와 동침하는 셈이다. 무슨 뜻인가? 전지전능한 제우스도 신성혼(神聖婚)을 맹세한 아내 헤라의 처녀성은 빼앗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헤라와 제우스에게 처녀성은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요구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처녀성은 부여하는 것, 획득하는 것이었다. 신성혼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할 터이다.

헤라의 무기 중 처녀성보다 더욱 강력한 무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딸이다. 헤라의 딸 에일레이튀이아는 해산(解産)의 여신이다. 이 여신이 팔짱을 끼고 있으면 천상의 여신이든 인간 세상의 여성이든 해산은 불가능하다. 헤라가 이 딸을 이용해서 시앗들, 다시 말해서 제우스의 애인들을 해코지한 예는 부지기수다.

그 중 가장 심한 보복을 받은 여신이 바로 헤라 몰래 제우스의 사랑을 얻은 레토다. 헤라가 "레토에게 해산할 자리를 마련하는 땅은 황무지로 만들겠다"고 하는 바람에 머물 자리를 제공하는 땅이 없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세상을 방황하다 델로스 섬까지 건너갔지만 레토는 해산할 수가 없었다. 헤라의 딸이 어머니가 무서워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 이치를 주관하는 테미스 여신을 비롯, 뭇 여신들이 나서서 뇌물로써 에일레이튀이아의 팔짱을 풀게 한 연후에 레토는 종려나무 둥치를 잡고 쌍둥이를 낳게 되는데, 이 쌍둥이가 바로 곧 올륌포스의 12신 반열에 들게 되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다.

제우스의 애인이었던, 헤라클레스의 어머니인 알크메네 또한 곤욕을 치렀다. 헤라클레스 탄생 신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알크메네의 놀이 동무 중에 `갈린테스(족제비)'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이 여자가 알크메네가 용쓰는 걸 보다못해 허공에 삿대질하며, "해산의 여신이 거기 계시거든 들으세요. 제우스 대신께서 살피시사 알크메네는 이미 아들을 낳았어요" 하고 소리쳤고, 해산의 여신이 이 뜻밖의 말에 너무 놀라 팔짱을 푸는 순간에 알크메네는 헤라클레스를 순산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속은 것을 안 여신은 이 앙증맞은 갈린테스를 족제비로 화하게 하고는 수태(受胎)는 귀로, 분만(分娩)은 입으로 하게 했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알크메네의 진통을 팔짱낀 채 내려다보고 있던 해산의 여신 앞을 난데없이 족제비 한 마리가 나타나 앞을 가로질러 갔고, 해산의 여신은 여성인지라 엉겁결에 비명을 지르며 팔짱을 풀고는 손을 번쩍 쳐들었는데 바로 그 순간 알크메네는 헤라클레스를 순산했다는 것이다.

신전은 올림픽 성화

제우스의 바람기가 그렇듯이 헤라의 질투는 필요악이다. 아내의 질투없이 신성혼은 지켜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제우스의 애인들에게 헤라는 악명 높은 존재였다. 하지만 따뜻한 가정을 꾸려 이 땅에서 한살이를 마친 필부필부(匹夫匹婦)들에게 헤라는 가정의 수호여신이기도 했다.

올륌포스 천성(天城)에는 신화에 자주 등장하지 않아도 굳건하게 12신 반열을 지키는 여신이 있다. 바로 우리의 조왕신에 해당하는 부뚜막의 여신이자 불씨의 여신인 헤스티아(Hestia)다. 헤스티아는 로마 시대에 이르면 `베스타(Vesta)'라고 불린다. 따라서 우리나라 음식점에서 많이 쓰이는 소형 가스 레인지의 상표명 `베스타'는 아주 잘 지은 이름이다.

제우스와 헤라의 성지(聖地) 올륌피아에서 시작된 `올림픽' 경기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 개최되든 성화(聖火) 이어 전하기가 빠지지 않는다. 프로메테우스가 천성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일까? 성화를 채화(採火)하는 곳은 바로 그리스 서남부 도시 올륌피아의 헤라 신전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전해준 성화의 여신 자리에서, 헤라는 바로 그리스의 부뚜막 여신이자 불씨의 여신인 헤스티아와 만난다.

<이윤기 작가의 '동서문화 뿌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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