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지 못하는 반복, ‘강박증’
작성자 울산의사회 (121.♡.255.27)
벗어나지 못하는 반복, ‘강박증’

                                                                                                            마인드닥터의원 한치호 원장


Q1. 강박증이라고 할 때 사람들에게 먼저 생각나는 것이 꼼꼼하다, 결벽증이다, 완벽주의자다 등이 말들이 떠오를 것 같은데 이러한 것을 강박증이라고 합니까?
A1. 예. 그렇습니다. 꼼꼼하다, 완벽주의 라는 평을 듣는 분들은 강박적 성격이나 강박적성향이라고 하지요. 강박이란 말에는 집착한다는 의미도 있으니까, 이런 분들은 자신의 일에 집착할 정도로 완벽하게 하므로 필요한 성향이기도 하겠지요. 강박증과의 차이는 스스로 괴롭느냐 아니냐입니다. 즉, 그 정도가 너무 심하여 자신은 힘들어서 괴로운데 의지와 달리 계속 반복되는 것은 강박증이라는 병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청결과 오염에 대한 강박적 사고로 무엇이든 만지고 나면 손을 꼭 씻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손이 닿는 곳에 병균들이 손에 묻는 것처럼 느껴지니 하루에도 수백번 손을 씻어야 하는 것이지요. 또 다른 분은 가스밸브가 새지 않을 까 불안하여 수시로 점검하는데 이도 꼭 하루에 점검횟수가 홀수여야 한다는 강박증, 문을 여는데 느낌이 안좋으면 좋을 때까지 계속 반복하고 반복 횟수도 홀수로 끝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가족에게 뭔가 안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다소 마술적인 생각입니다.

Q2. 이러한 강박증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A2. 여러가지 이론이 있지만 학습이론과 인지행동이론이 가장 설득력이 있지요. 조금전 말씀드렸던 사례들로 설명드려보지요. 오염에 대한 불안이 있는 분의 경우에 처음에 아주 더러운 공중화장실에서의 역겨운 경험이 있은 후 그곳에는 가지도 않지만 일반화장실에서도 과거의 경험이 생각이 나서 다녀오면 철저히 손을 씻게 되었지요. 이러면 불안이 줄어들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손을 씻는 정도가 강해졌어요, 좀 더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였지요. 이게 학습의 원리입니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다녀온 직장동료가 손을 씻지도 않고 문고리를 만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그래서 일반사람들이 모두 쓰고 만지는 장소나 물건은 더러우니까 만지면 불안한 생각이 지배하게 되었어요. 이게 일반화의 이론이구요. 두 번째 사례의 경우에서 가족에게 안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은 사실 요즘처럼 험한 세상에서 누구나 걱정할 수도 있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그 불안이 너무 심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를 피하기 위해서 홀수라는 마술적인 생각까지 필요했던 것이지요. 대체로 강박증이 있는 분들은 소심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생각이 너무 많아 감정을 억제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특히 분노를 억제하여 타인들에게 화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Q3. 이러한 강박증은 얼마나 흔한가요?
A3. 과거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정신질환 중에서는 정신분열증, 우울증, 알코올중독 보다 훨씬 적어서 드문 질환이라고 알려져 왔으나, 입원이 아니라 외래환자분들 중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즉, 일반인들에서는 전 인구의 2-3%로서 드문 질환은 아닙니다. 이분들은 대체로 온순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또한 도덕적 양심이 너무 철저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강박적인 사고들의 내용은 너무 혐오스러운 것들이지요. 한 사례를 들어보면 26세 한 남성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엄격하고 정결한 환경에서 실수를 잘 하지 않는 꼼꼼한 성격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독실한 크리스찬인 이 사람은 언제부턴가 수시로 성에 관련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수업시간에, 심지어 기도시간에도 옷을 벗은 미녀가 눈앞에 자꾸 어른거리는 강박증상이었지요. 아무리 떨쳐버리려고 해도 오히려 변태거인 모습까지 상상이 되어서 너무 괴로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사례는 잭 니콜슨입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기억하실겁니다. 남자인공인 잭 니콜슨은 영화에서 식당을 가도 자신이 가지고 간 플라스틱 포크와 나이프로만 식사를 하고 걸을 때는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보도블럭의 틈만 밞으려고 뒤뚱거립니다. 그런데, 이 분은 그렇게 착하고 얌전한 사람이 아니군요. 아주 냉소적이고 신경질적인 이 사람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지 못하는데 여자주인공인 캐롤과 한 마리의 강아지가 이 남자의 차가운 심장을 녹이지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은 경직된 태도와 주위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찬 강박증 환자가 치료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인데요,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실제에서도 마음속의 얼음을 녹인다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습니다.

Q4. 강박증세에 대한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요?
A4. 사실, 강박증은 다른 불안신경증에 비하여 치료가 다소 힘든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몇 년이나 치료를 계속하는 분들도 있지요. 그 이유는 성격과 깊은 관계가 있고 증상의 뿌리가 깊어서 그렇지요. 또 한가지는 처음에 학습의 원리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강박증상이 그 사람의 심한 불안증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손을 씻으면 마음의 불안이 좀 해소가 되어 일시적으로 편하기 때문에 손을 씻는 강박증상을 그만 두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그래서 이 불안에 대한 치료가 동반되지 않으면 완치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불안은 그 뿌리가 깊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문제입니다. 치료는 우선 불안을 줄이는 약물치료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행동치료의 일종인 체계적 둔감화라 등의 방법을 사용해서 실제에서 부딪쳐 보도록 격려합니다. 화장실에서의 오염에 대한 강박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더러운 화장실의 필름을 보여주기, 직접 화장실에 가서 5분간 참으며 서 있기, 화장실의 손잡이를 만진 후 안 씻고 참아보기 등을 해보는 것이지요. 가벼운 것에 노출시키다가 점점 더 힘든 상황으로 발전시키면서 오염된 힘든 자극에 환자가 둔감해지도록 하는 행동훈련치료입니다. 이 방법으로 많은 환자분들의 강박증이 치료가 되었습니다. 또한 강박에 대한 핵심적인 생각을 수정하는 인지치료, 뇌파를 스스로 조절하여 훈련하는 바이오피드백 등이 있습니다. 벗어나려고 너무 애쓸수록 힘든 것이 강박증입니다. 오히려 현실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태도도 꼭 필요하므로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시길 부탁드립니다.




(※ 본 자료는 2008. 7. 25(금) 17시 37분 CBS 기독교울산방송(100.3 MHZ)의 라디오 프로그램 울산투데이의 "울산광역시의사회와 함께하는 건강소식" 코너에서 방송 된 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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