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는 울산 문화유산]각양각색 부도에 서린 고승대덕 숨결
작성자 이복근 (211.♡.21.166)
울산의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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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부도의 전형인 석종형의 형태를 보여주는 청송사지 부도.


고승 사리·유해 안치한 유물…탑비 통해 승려 행적 유추
태화사·망해사·석남사·청송사 등 고찰 빼어난 부도 간직
일제시대 훼손 몸살 앓은 후 60년대 이후 도굴꾼에 수난


울산은 불교가 꽃을 피운 신라천년의 고도 경주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많은 불교 유적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울산을 경주의 변방으로 생각하고 있고, 울산에 있는 유적과 유물은 경주에도 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주에는 별로 없고 울산에 주로 분포하는 유물이 있다. 바로 부도다.



탑이 부처님의 사리를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부도는 고승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각 부도에는 대개 탑비가 세워져 있는데, 이것은 개개인 승려들의 행적은 물론이고 다른 승려와의 관계와 사적(寺蹟), 나아가 당시의 사회 및 문화의 일단까지도 알려주고 있어 귀중한 사료(史料)가 된다.

울주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가 지난 2006년 펴낸 <울주연구>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언제부터 부도가 세워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가장 오래된 부도로는 신라 627~649년 사이에 만들어진 원광법사 혜숙스님의 부도가 삼국유사에 최초로 기록돼 있다.

울산과 경주의 불교유적을 살펴보면 경주의 고찰에는 대부분 당간지주가 남아있는데 반해 울산지역 고찰에는 당간지주가 없고 대신 부도가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울산의 불교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도를 깊이있게 공부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울산에는 각 고찰 터마다 모양이나 시기별로 다양한 부도가 발견되고 있다. 울산에서 발견되고 있는 부도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탑형(塔形)과 석종형(石鐘形)인데, 탑형은 대부분 신라시대 때 만들어진 것이고, 석종형은 조선시대 때 만들어졌다.

울산에서 발견된 부도는 대략 태화사지 부도(보물 제441호), 망해사지 부도(보물 제173호), 석남사 부도(보물 제369호), 청송사지 부도(울산시 유형문호재 3호), 운흥사지 부도(울산시 유형문화재 4호), 신흥사 부도, 백양사 부도, 운화리 부도 등으로 간추려볼 수 있다.

우선 태화사지 십이지신상 부도는 석종형으로, 1962년 중구 반탕골 태화사 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화사는 신라 선덕여왕(632~647) 때 세워진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석종형 부도가 대부분 조선시대 때 만들어졌는데, 태화사지 부도는 특이하게도 신라시대 때 만들어진 것이다. 학계는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도의 또 다른 특징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표면에 십이지신상이 새겨져 있다는 점과 탑몸 앞에 감실(龕室) 이 만들어져 있다는 점 등이다.

망해사지 부도는 탑형 부도로, 망해사가 세워진 신라 49대 헌강왕(875~886)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석탑형식으로 정교하고 우아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석종형과는 대조가 명확하게 된다. 동서에 2기가 배치돼 있는데, 팔각원당(八角圓堂)의 기본형을 갖추고 있다.

석남사 부도는 신라 41대 헌덕왕 16년(824)에 석남사를 창건한 도의국사의 유골을 안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의국사의 행적이 정확하지 않아 더 자세한 사항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부도 역시 신라시대의 전형적인 팔각원당의 기본형에 통일신라 말기의 양식을 갖추고 있다. 1962년 5월에 해체·보수됐는데, 당시 기단 중단석 윗면 중앙에서 직사각형의 사리공이 확인됐다.

청송사지 부도와 운흥사지 부도는 조선시대 전형적인 석종형을 띠고 있다. 청송사와 운흥사가 통일신라시대 때 세워진 절인데도 조선시대 부도가 많다는 것은 이 절들이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존재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청송사지의 경우 1960년대 초반 이 마을에 도굴꾼들이 득실거렸는데, 부도를 해체한 뒤 무늬가 아름다운 돌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들판에 내버렸다고 주민들은 증언하고 있다. 그러다 1984년에 이르러서야 차츰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밖에 백양사지 부도는 사찰의 건립연대와 부도의 형식으로 볼 때 신라와 조선시대 부도와는 달라 아마도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흥사에도 조선 말기의 것으로 보여지는 부도가 있다.

지역 향토사 연구가들에 따르면 울산지역의 부도는 일제시대 때 가장 많이 파손되고 이후에는 도굴꾼들에 의해 몸살을 앓았다.

태화사지 부도의 경우 발견 직후 창원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당초 이 부도가 있었다는 태화사지가 발견되지 않아 부도를 어디에 둘 것인가 논란을 벌이다 결국 지금의 학성공원에 놓이게 됐다. 사찰 소속으로 돼 있는 다른 부도와는 달리 이 부도는 별도의 보호시설이 안돼 있어 훼손에 무방비 상태다.

운흥사지 부도는 60~70년대까지만 해도 사찰 주변에 부도가 엄청나게 많았으나 많은 부도가 도굴됐다.

울주향토사연구소 박준섭씨는 <울주연구>에서 "울산지역에는 문화재적 가치에 있어서 다른 유물·유적에 뒤지지 않는 부도가 많지만 아직 학술조사는 물론이고 지표조사도 제대로 안돼 있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빨리 학술조사를 실시해 태화사지 부도 등 곳곳에서 발견된 부도들의 정확한 출처와 시기를 밝히고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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