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우리문화]동양의 나폴리 명성 이상의 절경 -통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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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복근 (211.♡.20.21) | 작성일 | 08-04-04 17:49 | ||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서 명칭 유래 유치환·윤이상·박경리 등 배출한 예향 충무김밥·졸복·통영굴 등 먹거리 풍부 누군가 통영을 '동양의 나폴리'라 했던가. 지난달 말 통영으로 가겠다고 작심하고 통영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통영이 왜 통영(統營)인지, 통영은 왜 그렇게 예술인들이 많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통영을 직접 밟으며 느끼고 나니 통영은 나폴리 그 이상임을 알게됐다. 불교에서는 모든 현상을 인과 관계로 본다. 통영은 지금의 통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와 자연의 수레바퀴 속에서 진화하고 있었다. 울산에서 통영까지는 3시간 남짓 걸린다. 먼 길일 수도 있지만 충절과 예술, 관광의 도시를 찾아가는, 그럼으로써 새로운 문화충격에 스스로 눈뜨기 위한 수고치고는 그렇게 큰 것은 아니라고 자부한다. 통영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통영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영은 통제영을 줄인 것인데, 통제영은 경상·전라·충청의 삼도수군을 지휘·통솔하는 삼도수군통제사의 군영을 말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통제영은 처음 한산도에 있다가 임진왜란 후 거제, 여수 등을 거쳐 1604년 통영으로 옮겨왔다. 지금부터 400년 전 일이다. 통제영에는 부속기관으로 13개의 공방이 있었는데, 각각의 공방에서는 부채·칠·그림·대장간·화살통·신·말안장·놋쇠·금은·갓·말총·장롱·상자 등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지방의 공방으로는 규모가 가장 컸다. 공방은 통영의 정신이 되고 문화가 됐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창작한다는 것, 그것은 자연스럽게 통영인의 예술혼으로 자리잡게 됐고, 그러한 예술성향은 세대를 거듭해 내려오면서 문학과 음악, 그림 등 다방면으로 혼불을 태워올렸다. 통영 여러 지역 중에서도 '강구안'은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온갖 '쟁이'들이 모여들어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 곳이다. 공방이 빚어낸 예술촌 같은 곳이었다. '검정사포를 쓰고 똑딱선을 내리면/우리 고향의 선창가는 길보다도 사람이 많았소…' 통영출신 시인 유치환은 그의 시 <귀고(歸故)>에서 북적거리는 강구안 거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디귿자 모양으로 항구를 이루고 있는 강구안의 일주도로는 외지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강구안에 떠있는 대형 거북선 앞에는 김밥집이 즐비해 있다. 한결같이 '원조'라 써붙여놓은 걸 보면 경쟁이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간판들 가운데 '3대원조'라고 쓴 충무김밥집에 오전 9시께 들어갔더니 손님이 꽉 차 있다. 모두가 관광객들이었다. 통영에는 충무김밥 말고도 통영굴과 돌멍게, 졸복, 장어 등 먹거리가 어느 도시보다 풍부하다. 먹거리로 입을 즐겁게 하고 나면 다음에 찾아지는 것이 가슴에 감동을 주는 그 무엇임은 인지상정이다. 통영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걱정할 필요없다. 먹거리만큼 다양하고 많은 것이 예술인들이기 때문이다. 통영출신 예술인들로는 우선 청마 유치환과 그의 형인 극작가 유치진,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을 들 수 있다. 한 명씩만 해도 그 무게가 태산북두에 버금가는데, 이렇듯 많은 예술인들이 어떻게 통영에서 배출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통제영 설치 이후 400년 동안 대대로 내려온 통영의 예술혼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남망산국제조각공원을 거쳐 통영기상대 아래의 청마문학관 앞에 서면 통영 앞바다가 그윽하게 바라다 보인다. 문을 열면 전혁림 화백의 <강구안>그림이 걸려있고, 1945년 결성된 통영문화협회 회원들의 희미한 흑백사진이 눈에 띈다. 시간을 삼킨 추억이 사진 위로 뿌옇게 누워있다. 문학관 내부는 그리 넓지 않지만 그가 흔드는 '노스탈쟈의 손수건'을 따라 그의 정신세계로 빨려들어가다 보면 블랙홀 속 광대무변의 사유의 숲으로 침잠하게 된다. 청마문학관을 나오면 청마거리, 윤이상거리, 김상옥거리가 기다리고 있고, 통영대교를 건너면서 한숨을 돌리면 전혁림 미술관이 속내를 풀어 반긴다. 지난달 26일에는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성황리에 폐막했고, 지난달 28일에는 봉평동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가 김춘수 유품전시관으로 탈바꿈해 개관식을 가졌다. 또 같은 28일 통영문화예술계는 청마 유치환 탄생 100주년 기념 선포식을 갖고 올 한해 다양한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래서 그런지 통영은 금방 생명을 탄생시킨 임산부의 방처럼 어수선하면서도 생기에 차 있었다. 통영하면 빼놓을 수없는 곳이 또 하나 있다. 옥녀봉으로 유명한 사량도다. 전국 100대 명산의 하나인 망지리산은 옥녀봉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채 애절한 진달래꽃을 온 산에 붉게 피워올리고 있다. 오는 19~20일에는 전국등산대회도 열린단다. 사량도 가는 배는 가오치 도선장에서 탄다. 사량도까지는 30~40분정도. 다도해의 쪽빛 해원이 끝없이 펼쳐진 중간중간에 무인도들이 스타카토를 찍으며 태고의 풍광을 노래한다. 광활한 하늘과 바다 사이 인연의 고리를 바람으로 풀어내는 이름없는 섬들, '동양의 나폴리'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무릎을 탁 치며 깨닫게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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