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빛 폭포수에 시름 씻고 푸른햇살 가득 활력 충전
작성자 이복근 (211.♡.22.128)
포항 내연산 보경사와 12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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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고찰 보경사 증·개축 통해 대변신
문수봉 오르는 숲길만은 옛 정취 그대로
10㎞쯤 걷다보면 열두폭포 절경에 탄성


시름을 털어내고, 다시금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곳, 바로 '숲'이다.

작열하는 태양빛을 빨아들이더니 숲은 하루가 다르게 푸른 기운을 덧입는다. 푸른 물이 뚝뚝 흐른다. 온 몸을 활짝 젖히더니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마음껏 가져가라' 자연의 생기를 퍼담아준다.

나른한 요즘, '활력 충전소'인 숲을 찾아야 할 이유다.



경북 포항시 송라면 내연산은 보경사와 열두개의 폭포를 품고있다. 신라 고찰과 빼어난 절경이 어우러진 곳이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즐겨찾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관광객이 모이고, 편리를 좇다보면 주변 풍광은 서서히 변한다. 보경사도 다르지 않다. 10여년 만에 다시 찾은 사찰은 아쉽게도 옛 모습이 남아있지 않다. 넉넉한 도량을 갖춘 노승의 이미지는 어디에도 없다. 대신 파르스름한 머리의 젊은 수도승 이미지로 변했다. 잔디가 무성하던 앞마당에는 곧게 날이선 계단이 들어찼다. 본당을 비롯해 그 밖의 건물들도 모두 새 것들이다. 개축을 방금 마무리했거나 공사 중인 것들 뿐이다.

반가운 것도 있다. 오랜 세월에 닳고 닳아 '사자'인지 '개'인지 분간이 안가는 나무조각상은 여전하다. 사천왕과 함께 천왕문에서, 신발을 벗는 댓돌 옆 나무기둥 아래에서 충직한 문지기처럼 수백년을 버티는 중이다.

말구유 모양의 '비사리 구시'도 있다. 사찰에서 제의를 올릴 때마다 보살들이 밥을 담아두던 그릇이다. 일곱 가마니 분량의 밥을 담을 수 있는 넉넉한 크기여서 사세를 짐작케하는 보경사의 자랑이기도 하다.

보경사 뒤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다행스럽게도 옛 길과 다르지않다. 사람의 손을 탄 사찰과는 달리 수해와 가뭄에도 여전히 빼어난 인물을 자랑한다. 곧게 뻗은 미인송과 더불어 이름모를 고목들이 한줄기 빛도 새어들 틈새없이 어깨동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책'이라고 하기엔 힘에 부치고, '트레킹'이라고 하기엔 약간 모자라는 난이도의 숲길은 10㎞ 정도 이어진다. 계곡을 옆에 끼고 산으로 오를수록 흙길은 자갈 및 돌무더기길로 바뀐다. 때로는 나무뿌리가 얼키설키 가로질러 계단이 되기도 한다. 한길 낭떠러지가 있어도 정말 위험한 곳이 아닌 곳에는 목책도 없다.

열두개의 폭포는 이 숲길을 따라 드문드문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15분 여 올라가면 첫 폭포가 나온다. 쌍생폭포다. 높지않은 바위 틈에서 두 개의 물줄기가 주전자 물줄기마냥 떨어지고 있다. 폭포수에 비해 아래쪽 소는 꽤 넓다. 짙푸른 에메랄드 빛이다.

쌍생폭포 옆 철계단을 거쳐 오르면 구비를 돌때마다 크고 작은 폭포와 마주친다. 보연·삼보·잠룡·무풍폭포 등 이름마다 구구절절 사연도 깊다. 지루하고 심심할 틈이 없다. 그다지 높지않은 낙폭에다 낙수량 또한 기대치에 못미치지만 실망하는 이들은 드물다. 아기자기한 바위군을 휘감는 물길과 계곡을 둘러 친 바위벽의 위용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여행수첩

왕복 1시간여 거리의 4~5폭포까지 오른 뒤 다시 하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 관음 및 연산폭포까지는 꼭 가볼 것을 권한다. 동그란 관음굴이 뚫린 바위벽 옆으로 2~3개의 소를 거쳐 계곡수가 떨어지는 관음폭포는 12폭포 중 가장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관음폭포 위를 가로지르는 철교를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연산폭포(20m)를 만날 수 있다.

△가는 길=울산, 경주, 포항 방면으로 7번 국도를 따라 직진한다. 칠포 및 월포해수욕장을 지나면 보경사 진입도로가 나온다. 입간판을 따라 우회전한 뒤 4㎞ 정도 더 달리면 보경사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비 2000원, 사찰입장료 1000~2000원.

△먹거리=주차장에서 보경사까지 아름드리 느티나무 가로수길이 이어진다. 길 양옆으로 향토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대표 음식은 손칼국수. 70대 이상 할머니들이 식당 출입문마다 앉아서 홍두깨로 밀가루 반죽을 민다. 종이장같은 반죽을 켜켜이 포갠 뒤 일정하게 칼질을 하는 솜씨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손칼국수 및 콩국수 5000원.



글·사진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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