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교사 눈에 비친 한국학교와 학생
작성자 이복근 (61.♡.165.145)
수원 S高 원어민교사 지나 카루소씨
연합뉴스
입력 : 2007.02.21 14:48

“컴퓨터 게임, 영화, 축구, 섹시한 연예인 얘기가 가장 잘 통해요”

경기도 수원의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2년째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미국인 지나 카루소(26.여)씨는 요즘 학생들이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 잘 알고 있다.

영어책을 읽고, 단어를 암기하고 객관식 시험을 치르는 데만 익숙해진 한국 학생들의 입을 열게 하려면 그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로 쉽게 접근해야 한다.

경기도내 각급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는 1천여명. 불과 수년 전만해도 외국인을 만나면 지레 겁먹고 달아났던 학생들과 달리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서 외국인 선생님과 대화하고 생활하는 일이 낯설지 않으며, 원어민 교사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어민 교사의 눈에 비친 한국 학교와 학생들은 어떨까.

“너무 많아요(so big class)” 3∼4명이 모여 나눌 수 있는 ‘대화’를 37명의 학생들과 진행해야 하니 대화다운 대화가 어렵고, 이것이 ‘말하는 영어’를 가르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자 한국의 영어교육의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지나 씨의 수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완벽하지 않은 문장을 써서라도 먼저 지나씨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수줍음 많고 먼저 나서서 말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지나씨가 채택한 한국식 방법은 ‘지명’이다.

컴퓨터와 화상 칠판이 설치된 교실에서 수업을 하면서 컴퓨터로 ‘로또’식의 번호추첨 프로그램을 이용해 당첨된 학생에게 무작위로 질문이 던져지고, 이런 추첨 방식은 수업에 긴장감과 흥미를 더해준다.

글로 쓰여진 영어를 읽고, 객관식 시험문제를 치르는 데 익숙한 학생들이 처음엔 긴장하고 적응하지 못했던 것은 당연하다.

추상적이고 어려운 질문 대신 쉬운 질문을 던져 바로바로 학생들의 대답을 이끌어내는 것도 말문이 터지게 하는 방법이다.

“16주간의 교육계획을 짜면서 10가지 주제를 골랐어요. 요즘 아이들이 어디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런 주제들을 골라 대화하죠”

지나씨는 2학년 13개반을 1주일에 한 시간씩 가르치지만 따로 시험은 치르지 않는다. 학생들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자신감을 갖고 말하고 지난 시간에 배운 단어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한국의 시험은 엄격하고 어렵잖아요. 제 수업만큼은 학생들이 편안하게 즐기고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책을 읽고 암기하는 ‘한국식’ 방법을 고수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제 수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쉬는 시간에 교무실을 찾아오는 학생들과 대화하고, 주말에는 학생들을 만나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한다. 졸업생들까지 찾아와 만나는 일도 잦다.

지나씨는 영어를 즐기지 못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비교하고 경쟁하는 것이 너무 심해요. 미국에도 경쟁은 존재하지만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국은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다녀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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