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나를 낮추고 상대방 높이는 것이 갈등해소 첫걸음
작성자 이복근 (211.♡.22.106)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이수동 울산과학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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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이수동 울산과학대학 학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2006년, 한해동안 울산시와 울산시민들이 해야할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신년대담의 세번째로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내고 만년을 울산에서 보내고 있는 이윤구 전 총재를 모시고 울산과학대학 이수동 학장이 대담했다. 한국의 미래, 울산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폭넓은 견해가 새해를 여는 울산시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담자 =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이수동 울산과학대학 학장

·장소 = 울산과학대학 학장실

·일시 =1월17일

·진행 및 정리=정명숙 문화부장

이수동 학장 = 울산과 큰 인연을 가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만년에 울산으로 오신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합니다.

이윤구 전 총재 =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고향으로 갈까도 생각했죠. 고향은 강원도 원주입니다. 그런데 고향에 가면 공연히 쓸데없이 다닐 데가 많아 정작 할일을 제대로 못 할 것 같았어요. 부산 인제대 총장으로 있으면서 울산이 참 좋은 곳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었고, 울산은 아직 제가 할 일이 많은 도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학장 = 울산은 살아갈 수록 정이 들고 또 한편으로 늘 새로움이 있는 도시죠. 저도 결혼 전에 울산 와서 어느새 30년 넘게 살고 있습니다. 마침 제가 병술생이라 올해는 공연히 기대도 크고 그만큼 마음도 바쁩니다. 우리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나라의 인재가 되도록 여건도 마련해야 겠고, 제가 회장을 맡고 있는 지역사회교육협의회를 통해 공교육에서 소외된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회 마련에도 관심을 쏟아보려고 합니다. 울산에도 공교육을 벗어나 방황하는 학생이 2천여명이 된다고 합니다.

이 전 총재 = 울산 사람들이 나를 많이 활용해주었으면 해요. 요즘도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나를 필요로 하는 수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강의를 하면서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울산사회에서의 요청은 많지 않아요. 어렵게 생각해서 그렇다고들하는데 큰 모임이 아니더라도 경험을 나누어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환영합니다. 울산에 오면서 북한돕기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했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북한에 소를 몰고 간 것도 저와의 인연 때문이었거든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북한 돕는데 앞장섰으면 좋겠어요. 근로자들이 점심 한끼를 굶고 북한을 돕는다면 북한의 한 도시가 일년 먹을 분량이 됩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우리는 정말 부끄럽게 생각해야해요. 광복 60주년이 지났습니다. 이 좁은 한반도에 왜 이렇게 군대가 많아야 합니까. 깊이 고민하고 다시 껴안아야 합니다. 물론 일시에는 안되겠죠. 앞으로 몇십년이 걸릴 지 모릅니다. 하지만 광복 61년에 되는 올해 그 첫걸음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 학장 = 지난해는 경제적, 이념적, 도덕적으로 혼란이 컸습니다. 특히 연말에 발생했던 황우석 파동은 우리 국민에게 실의를 안겨주었습니다. 분배 정의, 과거사 청산, 혁신·개혁 등도 좋지만 올해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해가 됐으면 합니다.

이 전 총재 = 근본으로 돌아가 생명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가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야죠. 이기주의, 혈연주의, 지역주의가 팽배해 내 이익만 고집합니다. 남북한 문제도 그렇고, 세대간의 갈등, 동서간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갈등해소는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올려주는 생각없이는 절대 불가능하거든요.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반성해야 합니다. 올해가 개띠해라는데, 남들이 나를 보고 '개만도 못하다'고 하지는 않나 주위를 돌아봐야 합니다. 기술이나 지식보다 인간이 되는 교육을 하는 새로운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게 시작되면 갈등구조는 절로 깨질 거예요.

이 학장 = 어려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죠. 지식이나 표피적인 앎에서 찾을 게 아니죠. 생명의 엄숙함, 삶의 귀중함을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울산은 올한해 국립대다, 혁신도시다, 역세권이다 해서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경제적으론 기대가 크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습니다.

이 전 총재 = 국립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말 새로운 각도로 봐야한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포항공대, MIT를 모델로 거론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요. 그들보다 앞서자면 100년이 더 걸릴 지도 모릅니다. 미국에도 아이비리그가 아닌 2천명 규모의 진짜 인간교육을 하는 학교로 성공한 대학이 많습니다. 울산국립대는 정말 인간교육을 제대로 하는 학교가 됐으면 합니다. 전국에서 인간다운 인재를 구하려면 울산국립대로 가야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말입니다. 공공기관이 이전해서 많은 사람들이 울산에 와서 살게 된다지만 그들이 완전히 울산으로 옮겨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울산이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합니다. 환경이나 문화적 수준 향상이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학장 = 조금씩 그렇게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선 생태도시라는 첫출발이 성공적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의식구조는 여전히 문젭니다. 지도자들부터 살기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노력보다는 기득권 유지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웃을 두려워하고 시민을 존경하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이 전 총재 = 태화강에 연어가 돌아왔다는데 사람들은 돌아왔나요. 가장 돈많은 도시인 울산이 전국에서 자살률 1위라니. 돈만 많이 벌고 일만 죽도록 하지 뭣 때문에 사는지, 사회가 얼마나 각박한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달리 해결방안을 못찾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영국에 있을 때 동네아이들이 연극을 해도 온 동네가 떠들썩한 게 참 부러웠죠. 그런 분위기니까 셰익스피어가 나왔겠죠. 환경이 중요합니다. 울산을 어떻게 하면 문화선진도시가 될까, 음악회가 있으면 떼로 몰려가게 될까 고민해야죠. 새로 개발한다는 동해안을 문화적 환경으로 만들어 은퇴하는 예술인들이 와서 살도록 꾸미는 것도 한 방법이겠네요.

이 학장 = 기업은 이미 세계일류입니다. 여기에 문화와 생명존중 의식이 따라가면 정말 살기좋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시민들이 노년에 경주로 가서 살까, 부산으로 가서 살까라는 생각 안하도록 하려면 빨리 문화도시로 변모해야 합니다.

이 전 총재 = 울산시민 모두가 이런 문제를 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곧 좋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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