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수의 넋 싣고 미국 하늘서 ‘훨훨’
작성자 이복근 (211.♡.22.106)
국산 소형항공기 ‘반디호’ 성공기 … 항우연, 추락사고로 조종사 잃어가며 9년 만에 결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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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22일(미국 현지 시각), 워싱턴DC 인근의 비행장 ‘몽고메리 에어파크’의 날씨는 초봄치고 좀 쌀쌀했다. 바람도 평소보다 강했다. 비행장 한쪽에선 태극마크를 단 소형항공기 ‘반디호(연구용 시제기 1호)’의 비공개 시험비행이 한창 준비 중이었다. 반디호에 내려진 특명은 1540kg을 싣고 6100m 상공까지 올라가는 것.

미국 비행기 수입업체인 ‘프록시 애비에이션(Proxy Aviation)’사의 사장과 부사장 등 관계자 6~7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안석민 박사의 손과 눈은 반디호의 이곳저곳을 훑고 다녔다. 혹시 어디 이상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기 위해서였다.

오후 1시, 드디어 반디호가 활주로에 올랐다. 기내에는 연료 대신 1540kg의 물을 가득 담은 연료통이 실렸다. 당초 설계된 최대 중량 1225kg보다 무려 315kg이 더 실린 것. 여기에 조종사와 조수석에 한 사람씩 더 올라탔다.

시험비행에 참석한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반디호에 쏠렸다. ‘과연 뜰 수 있을까?’ 안 박사는 속으로 조바심이 났다. 경쟁 기종인 미국 벨로시티(Velocity)사의 ‘벨로시티’는 고개(기체 앞부분)도 들지 못한 채 실패한 일이었다.
시동이 걸리고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면서 반디호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100m, 200m, 300m, 400m…. 점차 속도가 붙었다. 그런데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쉽게 공중으로 뜰 것 같지 않았다. 안 박사는 손에 땀을 쥐었다.


미 수입업체에 정식 판매


속도가 더 붙고 670~680m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드디어 반디호의 바퀴가 땅을 박차고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안 박사가 예상했던 바로 그 지점에서 이륙한 것이다. 순수 한국 기술로 만들어진 소형비행기가 처음으로 미국의 창공을 나는 순간이었다. 안 박사는 당시를 회상하면 지금도 감격스럽다고 했다.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놀라워하던 미국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10년 가까이 노력한 일이 이제야 결실 맺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디호는 목표 상공인 6100m까지 무난히 올랐다. 이날 성공적인 시험비행으로 미국 프록시사와 반디호의 제작, 판매를 맡은 신영중공업(대표 홍의석)은 4월26일 정식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10월31일 신영중공업은 반디호 한 대를 프록시사에 정식으로 판매했다. 국내 민간항공기로는 최초로 해외에 수출한 것. 홍의석 사장은 “요즘 프록시사와 향후 2년간 총 60대의 추가 수출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반디호가 탄생해 세계 최대의 소형항공기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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