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名병원]<1> 美존스홉킨스병원
작성자 이복근 (61.♡.165.44)
누구나 ‘무병장수’를 꿈꾼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몸에 이런저런 잔고장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병마(病魔)는 노소를 구분하지 않듯 남녀도 가리지 않는다. 각종 공해와 오염으로 환경이 악화돼 인간의 질병 저항력은 약해져만 간다. 또 의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몰랐던 새로운 질병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도 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에선 이런 추세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 모두가 병원을 이웃처럼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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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우리와 의료체계는 다를지라도 선진국 유수의 병원들에는 경험 많고 능력 있는 의사들이 포진해 있다. 각종 첨단기기도 넘쳐난다. 이런저런 진료 분야에서의 난치병 치유 사례와 최초의 시술 행진도 끊이지 않는다.


본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병원을 소개하는 ‘명병원’을 장기 연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게 작동되는 선진국 병원들의 의료 시스템을 짚어 보고 바람직한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조명해 보려고 한다. 국내 의료진과 의료 소비자들에게 의술과 의료 문화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제공하고자 한다.


첫 회로 본보 워싱턴특파원이 다녀온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편을 싣는다. 이 병원은 16년째 미국 내 병원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환자마다 ‘전문가 드림팀’… 협력진료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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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스홉킨스병원 및 의대 전경. 1889년 완공된 고풍스러운 건물을 중심으로 병원, 의과대, 연구시설이 방대한 의료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 제공 존스홉킨스병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사는 주부 헬렌(가명·42) 씨는 한 병원에서 자궁종양 제거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배뇨 및 성기능 장애에 시달렸다. 병원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헬렌 씨는 최근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에 있는 존스홉킨스병원을 찾았다.


헬렌 씨의 주치의는 존스홉킨스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이자 기초과학실험실장인 아서 버넷 박사. 그런데 버넷 박사는 혼자서 치료를 도맡지 않고 부인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방사선과 등 5개 이상 부문의 교수들을 불러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배뇨장애는 물론 질(膣) 근육 장애까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격의 없이 상의하는 종합적인 치료를 주선한 것.


버넷 박사는 “경험 많은 타 전공 분야 의사들의 도움을 언제든 손쉽게 받을 수 있다는 건 환자의 치료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내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주 존스홉킨스병원 외래환자센터의 회전문을 들어서면서 기자가 받은 첫인상은 ‘그리 대단할 게 없어 보이는데…’라는 느낌이었다. 서울의 초현대식 병원 건물들에 비해 그다지 나을 게 없는 평범한 건물, 친절하긴 하지만 한국 병원 안내데스크에 있는 미모의 안내원들만큼 싹싹하지는 않은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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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떤 점이 존스홉킨스병원을 수십 년째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내 최고의 병원으로 만든 경쟁력일까.’ 기자가 품은 가장 큰 의문이자 관심사였다. 이날 헬렌 씨를 비롯한 여러 환자의 임상사례를 접하면서부터 의문은 조금씩 풀려갔다.


최근 복강경수술을 받은 A(32·여) 씨의 치료 과정에서도 이 병원이 지닌 특장이 한눈에 드러났다. 자궁암으로 다른 병원들로부터 개복수술을 권고받은 A 씨는 자궁암 수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이 병원의 한 의사를 찾았다.


A 씨를 면밀히 진찰한 그 의사는 곧바로 전화를 들어 다른 의사와 한참 상의하더니 “개복수술 대신 새로 도입된 복강경수술을 받는 게 회복은 물론 미용 측면에서 낫다는 판단이 든다. 방금 그 분야에서 나보다 더 전문가인 의사와 통화했다”며 다른 젊은 복강경수술 전문 의사를 소개해 줬다.


자기를 찾아온 환자를 주저 없이 다른 의사에게 연결해 주는 것은 개방적인 미국 의료계에서도 흔치 않은 일. 더구나 다른 의사에게 연결하는 것도 불과 몇십 초간의 짧은 통화로 이뤄졌고, A 씨는 곧 입원해 수술을 받고 사흘 만에 퇴원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병원은 물론 한국의 일류 병원에도 존스홉킨스병원 못잖게 훌륭한 의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굳이 존스홉킨스병원의 장점을 든다면 다른 병원에서는 환자가 주치의의 실력에 주로 의존하게 되지만 이곳에선 잘 짜인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이 병원 스티븐 톰슨 수석부원장은 존스홉킨스병원만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답했다. 즉, 환자의 완벽한 치료를 위해 주치의는 물론 연관되는 다른 전공 분야 의사들이 신속히 협력해 치료를 지원하는 통합의료시스템이 완벽하게 구현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주치의만 훌륭하거나 의료설비만 최신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의사 의료장비 연구진 시설 간호사 의료기사 및 행정직원까지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모든 부문이 완벽을 지향하며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존스홉킨스병원이 다른 병원들보다 앞서간다고 자부합니다.”


6개월째 이 병원에서 방문교수로 재직 중인 삼성서울병원 김진용(소화기내과) 교수도 “존스홉킨스병원의 가장 큰 경쟁력은 서로 다른 분야, 직종 및 전공 간에 벽이 거의 없다는 데 있는 것 같다”며 “조직문화 자체가 서로를 밀어내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도움을 주고받는 동료로 여기도록 만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직 내 각 부문 간의 유기적 협력과 의사소통은 모든 조직이 목표로 삼지만 번번이 좌절하고 마는 지난한 과제 중 하나. 그렇다면 존스홉킨스병원만이 갖고 있는 비결이 있는 걸까.


버넷 박사는 “의대 신입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배워온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고 말했다.


톰슨 부원장도 “부문 간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특별한 조직이나 직책 같은 건 없다”며 “1889년 병원 창립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권한 분산(decentralization)’을 통한 일선의 창의적인 협력’을 강조하는 문화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린 덕분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볼티모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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