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채만한 바위 틈새 세찬 물줄기 '잔칫집 풍악'
작성자 이복근 (211.♡.2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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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9만명의 사람들이 전란을 피해 모여들었다는 밀양시 산내면 구만계곡. 이름 그대로 구만계곡은 길이가 8㎞나 되고 그 안에는 온갖 비경들이 숨어있다.

협곡이 갑자기 끝나는 막다른 절벽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 물이 쏟아져 내려 구만폭포를 만들고 있다.

집채만한 바위들로 이뤄진 구만계곡은 비가 온 뒤에는 더욱 더 장관을 만들어낸다. 바위틈새로 쿵쾅쿵쾅 이리저리 부딪히며 정신없이 떨어지는 세찬 물길에 계곡은 마치 잔치집에 온 느낌이다.

등산은 양촌리에서 시작한다. 전원일기에 나오는 동네이름 그대로 양촌리는 따사로운 풍경으로 등산객을 맞는다. 양촌리에서 더 나아가 오른쪽의 구만사를 지나면 마침내 계곡지대로 진입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 계곡은 동쪽과 서쪽에 수직 암벽이 솟아있고 좁은 협곡이 남북으로 뚫려있어 마치 깊은 통속과 같다 하여 '통수골'이라고도 불려진다. 일부에서는 '통수골'을 항상 계곡물이 통하는 골짜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 40여분 정도 올라가면 계곡은 집채만한 바위들로 뒤덮이고, 바위동굴을 지나 철계단을 올라야 하는 곳도 있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건너뛰어 동굴을 지나 철계단을 오르는 코스에서는 짧지만 짜릿한 스릴도 느낄 수 있다.

철계단을 지나 이어지는 천태만상의 기암과 넓은 암반, 곳곳의 소와 담은 등산객들에게 설악산의 천불동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구만계곡은 물길산행 또는 계곡산행을 해야 제맛이 난다. 비가 충분히 온 주말, 계곡화를 미리 준비하고 온 몸을 적실 요량으로 물길을 따라 구만계곡을 거슬러 올라보면 계곡산행의 백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속세의 때는 구만계곡의 물길에, 구만계곡의 절경에 말끔히 씻겨나간다.

등산로는 계곡을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너덜지대를 지나 곧장 구만폭포로 이어진다. 42m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길은 주변에 물보라를 형성하며 때로는 폭포 앞에 둥그런 무지개도 만들어낸다.

수량이 많은 날에는 웅장하게 떨어지는 구만폭포의 폭포수가 산 전체를 흔들만큼 요란하다.

구만폭포 앞에서의 휴식도 잠시, 이어지는 등산로는 구만폭포 왼쪽으로 가파르게 열려있다. 경사도가 워낙 급한 만큼 나무뿌리나 돌뿌리가 튼튼한지를 반드시 확인해보고 의지해야 한다.

10여분 올라가면 길은 다시 산 허리를 휘감으며 완만하게 눕는다. 그러나 오른쪽 어깨너머 내려다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벼랑이 높음을 알고 몸을 움츠리게 된다. 발 아래 구만폭포가 아득히 보이고 그 하류쪽으로 구만계곡의 형체가 드러난다.

구만폭포 위쪽의 계곡으로 올라서면 지형과 지세가 갑자기 달라진다. 바위도 없고 폭포도 없다. 마치 개구쟁이들이 다니는 동네 야산의 계곡 같이 푸근하다.

본격적인 등산은 이제부터다. 구만산 정상까지는 약 40여분. 가파른 오르막은 인내를 시험하고 후끈거리는 공기는 가슴을 턱턱 막는다.

구만산 정상, 높이가 785m에 불과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마지막 정상을 치는 코스는 힘들다. 언제 계곡이 있었나 싶게 마른 흙먼지만 풀풀 날리고 경사도 꽤 급하다.

그래도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좋다. 억산과 운문산, 지룡산, 용당산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하산길은 봉의저수지 방면이다.

구만산 정상에서 조금전 올라온 쪽의 반대 방면으로 직진하다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따라 봉의저수지 또는 가인계곡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하산길이 다소 가파르지만 아래쪽 가인계곡에 다다르면 그만한 보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 가인계곡은 곳곳에 소와 폭포가 어우러져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제 조금만 가면 봉의저수지다. 거의 다 온 셈이다.

푸르른 새싹이 피톤치드를 한없이 발산하는 5월, 맑디맑은 계곡에 발을 담그고 한가로운 오후를 즐겨보자.


글·사진=산유회(www.iphot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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