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 아름다운 울산]오늘은 어린이가 행복해지는 날
작성자 이복근 (61.♡.165.145)
도시쌍둥이와 산골쌍둥이의 어린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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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궁근정초등학교 소호분교에 다니는 강영훈(왼쪽), 성훈 쌍둥이 형제가 미끄럼틀 위에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김동수기자

쌍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안상규·상준(8)군과 강영훈·성훈(7)군의 어린이날은 사뭇 다르다. 울산시 중구 태화동 명정초등학교 1학년인 상규·상준군이 놀이동산에 갈 생각에 들떠 있는 반면 울주군 상북면 궁근정초등 소호분교 1학년인 영훈·성훈군은 어린이날이 뭔지도 모른다.



■ 상북 소호분교 1년 강영훈·성훈

"진짜루 선물줘요? 누가요?
햄버거 또 먹어봤으면…"

학교 오가는 길이 놀이터
성훈이 꿈이 과학자래요

"진짜로 선물을 줘요? 누가요?" "난 로보트…아니, 햄버거. 딱 한번 먹어봤는데, 진짜진짜 맛있어요."

전교생이 14명뿐인 소호분교에 다니는 영훈이와 성훈이는 어린이 날이 언제인지 알지못한다. 선물도 받고, 맛있는 것도 먹고, 어린이가 제일 행복해지는 날이라고 해도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선물'이라는 뜬금없는 질문에 오히려 당황했다. '어린이 날'에 대한 계획을 세워두었을 리도 만무하다.

엄마가 없는 이들 형제의 할머니는 읍내 장터에서 나물을 팔고, 할아버지와 아빠는 회사일 때문에 며칠에 한번씩 집을 찾는다. 그래서 입학할 때까지 둘이서만 노는데 익숙했다. 단연 단체생활이나 규율을 알지 못했던 이들은 수업 도중에 "할머니한테 갈래"라며 뛰쳐나가기도 하고 선생님을 "야!" "형아!"라고 불렀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놀이터는 따로 없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길이 모두 놀이터다. 성훈이가 '비밀장소'라고 알려주는 물가에는 잘 뭉쳐지는 흙이 있어서 자동차도 만들고 집도 짓는다. 개울속 돌을 뒤집어서 다슬기를 잡는다. 쏘가리와 준태기도 구별한다. 고라니가 단 한번만에 도로를 훌쩍 뛰어넘는 것도 보았다. 겨울에는 배고픈 산토끼가 집앞까지 내려온단다.

"성훈이 꿈은 과학자래요. 공룡이나 우주사진이 있는 책을 좋아해요. 근데… 글자는 내가 천천히 읽어주면 되구요."

형 영훈이가 막 깨우치기 시작한 한글실력을 은근슬쩍 자랑한다. 성훈이도 뒤지지않는다.

"내가 형보다 더 빨리 달려요. 나무에서 미끄러져서 이마에 피가 났을 때도 난 절대로 안 울었거든요."




태화동 명정초등 1년 안상규·상준 ■

"말 잘들으면 놀이동산 간대요 인라인이 더 받고싶은데…"

"어린이 날=공휴일" 다행
숲속체험 벌써 신나요


"서로 싸우지도 않고요, 학습지도 스스로 해요. 만화도 잘 안 봐요." "엄마가 말 잘 들으면 놀이동산도 가고, 선물도 사 준댔거든요."

상규와 상준이는 올 어린이날 선물로 인라인스케이트를 받고 싶었지만 엄마가 안된다고 해서 놀이동산에 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엄마가 위험하다고 안 사줘요." "할머니가 넘어지면 큰일난대요."

태화강 둔치를 달리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들은 어른들의 걱정과 우려를 이해할 수가 없다.

"스케이트를 내 손으로 만들 수도 없고…."

장래희망이 '화가'인 상규는 자신이 원하는 만화캐릭터 카드를 엄마가 사 주지 않자 아예 '수제카드'를 만들었던 경험을 떠올리지만 인라인스케이트를 만들기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어린이 날이 공휴일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죠."

학교, 방과후 수업, 피아노와 태권도학원을 한 바퀴 돈 뒤, 학습지까지 해야하는 하루 일과가 버거운 상준이의 말이다. 공휴일엔 그런 걸 안해도 된다고 좋아하더니 금세 울상을 짓는다.

"못다한 문제지는 공휴일에 해야한대요. 그럼 우린 언제 놀아요?"

그래도 올 어린이 날엔 놀이동산을 다녀올 계획이다. 몇달 전부터 조르고 졸라서 어른들에게 겨우 반승낙을 얻어놓았다. 이란성 쌍둥이 동생 상영·미희(6)도 부모님 조르기에 동참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같은 반 친구가 숲속체험, 동물원 관람 등을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던 곳인지라 꼭 가보고 싶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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