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상 이야기 (디오뉘소스)
작성자 이복근 (211.♡.20.43)
전라북도 무주 적상산 기슭에서 참 희한한 남근석(男根石)을 본 적이 있다. 남근석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야산 기슭에, 땅에 뿌리를 깊이 박고 있었다. 부러 깎은 것은 아닌데 바위 꼭대기의 돌올(突兀)한 생김새가 영락없이 발기한 남근 모양이었다. 풍우에 깎인 자취가 완연했다.

하지만 비전문가의 눈으로도 군데군데 남아 있는 훼손의 흔적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아들 낳기를 바라는 기자 염원(祈子念願)에 훼손당했으리라 싶었다. 놀라운 것은 그 야산 맞은편의 또 하나의 야산에서 본 사당이다. 조잡하기가 초등학생들이 얽은 가가(假家)같았는데, 안에는 밥상만한 바위가 하나 놓여 있었다. 이름하여 `옥문석(玉門石)'이라고 했다.

돌의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여성의 생식기가 연상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남근석과 옥문석이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었다.

옥문석이 우연히 그 자리에서 발견되었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자연석인 남근석의 불량한 기운을 그 옥문석으로 비보(婢補)했는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무주에도 남근석과 옥문석(玉門石) 마주선 마을

유교(儒敎)가 점잖은 기풍을 일으키고 이 땅에서 신화붙이나 무속붙이를 소독해온 세월이 짧지 않은데, 남근석을 숭배하고 옥문석으로 짝을 찾아주는 원시 신앙이 참으로 끈질기다 싶었다.

유교는 이땅에서 남새스러운 남근석 및 옥문석을 몰아내는데 성공한 셈인가? 점잖은 선비 무덤 앞의 망주석(望柱石)앞에 설 때마다 나는 그것을 남근석으로 바라보곤 한다.

저승신 하데스에게는 뿔이 하나 있다. `코르누코피아(cornucopia돚풍요의 뿔)'가 그것이다. 이 뿔은 우리 설화에 등장하는 화수분 단지 같아서 먹을 것을 아무리 꺼내어도 비는 법이 없다. 무엇이겠는가? 나는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에서 풍요의 뿔을 사타구니에 단 대리석상을 본 적이 있다. 프리아포스의 대리석상이었다. 누구인가? 인도에서 그리스로 남근상 숭배 사상을 들여간 디오뉘소스의 아들이다.

`…힌두 행자(行者)가 거룩한 갠지스 강가에서 쉬고 있었다.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시바 신의 상징 위에 한 발을 올려놓은 채 쉬고 있었다. `링감(남근돚南根)'과 `요니(음문돚陰門)'가 결합되어 있는 석상이 바로 시바의 상징이다. 지나가던 성직자가 행자의 방자한 소행을 꾸짖었다. "감히 발을 올려 시바 신의 상징을 능욕하느냐?"

그러자 행자가 대답했다. "바라건대 제 발을 들어 성스러운 상징이 없는 곳에다 놓아 주소서."

성직자는 행자의 발목을 잡아 오른쪽으로 내려놓는 순간 땅에서 남근상이 솟아올라 그 발을 받쳐주었다. 다시 옮겨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번번이 그랬다.

"옳거니!" 성직자는 태도를 바꾸어 행자에게 예를 표하고 가던 길을 갔다…'

미국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 인용하고 있는 힌두 설화의 한 대목이다. 원시 신앙의 꼬리뼈 같은 남근상이 이 설화에서는 `진리'의 상징이 된다. 이 세상에 진리 없는 데가 없다는 뜻일 터이다.

한 동승(童僧)이 법당에서 잠을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깨어나, 불상 좌대에다 대고 오줌을 누었다. 방장(方丈)스님이 그걸 보고는 호통을 쳤다. "이 녀석아, 오줌 눌 데가 없어서 하필이면 부처님 발치냐?"

요정 로티스는 남정네에 세번 놀라고

그러자 동승이 대들었다."방장 스님, 부처님 발치 아닌 데가 있으면 가르쳐 주십시오. 거기에 가서 오줌을 누겠습니다."

선기(禪氣)가 내비치는 이 동승 이야기에 이르면 시바 신의 상징인 남근상은 세상에 부처님 깃들이지 않은 곳은 없다는 진리,`개유불성(皆有佛性)'이라는 새로운 진리의 육체를 얻는다. 장자님은 한걸음 더 나아간다. 장자님의 도성편재론(道性遍在論)에 따르면 세상에 도가 깃들이지 않은 곳이 없으니, `똥오줌에도 도가 있다(도재시뇨돚道在屎尿)'.

`아프로디테 포르네'. 음탕한 아프로디테라는 뜻이다. 애욕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별명이다. 아프로디테는 음탕한 데가 있어서 지아비 대장장이 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신, 전령신과도 놀아났다. 그런 아프로디테에게 디오뉘소스와 한번 더 놀아나는 자리는 죽 그릇에 남은 죽 한 숟가락 떠 먹은 자리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디오뉘소스의 씨를 받은 아프로디테가 자식이라고 낳아놓고 보니 신자(神子)라고 불러주기 민망할 정도로 모양이 괴이했으니 이 자가 바로 프리아포스다. 프리아포스는 우선 성기가 성난 나귀 것만큼이나 큰 데다 옹이진 근육으로 똘똘 뭉친 온 몸은 천년묵은 올리브나무 둥지처럼 뒤틀려 있었다.

비정한 어미는 아이를 숲에다 버렸다. 많은 영웅들이 그렇듯 숲에 버려진 프리아포스는 막 돼먹은 목동들 손에 자라나 디오뉘소스를 수행하기도 하고 이 신을 섬기는 부도덕한 밀교(密敎)를 그리스에 퍼뜨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프리아포스가 한 요정을 겁탈하려다 미수에 그친 이야기가 흥미롭다. 요정의 이름이 로티스(Lotis)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정 로티스가 혼자 잠을 자고 있는데 프리아포스가 살금살금 다가갔다. 프리아포스가 그 큰 성기를 꺼내드는 참인데 어디에선가 당나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람에 잠을 깬 로티스는 세 번 놀랐다.

웬 남정네가 접근하고 있는 것에 한번 놀라고, 그 남정네의 몸이 배배 꼬이고 뒤틀려 있는데 두 번 놀라고, 그 몸에 달려 있는 성기가 너무 큰 데 세 번 놀란 것이다.

디오뉘소스의 인도성(印度性)엔 생명의 기운이…

로티스는 혼비백산,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프리아포스는 성기를 꼭 붙잡고는 로티스를 뒤쫓았다. 로티스는 달아나면서 신들에게, 모양이 해괴한 남정네로부터, 엄청나게 큰 성기로부터 살려 줄 것을 빌면서 호수로 뛰어들었다.

어느 신이었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어떤 신이 로티스를 가엾게 여겨 그 아름다운 몸을 꽃으로 전신(轉身)하게 했으니, 이 꽃이 바로 로투스(Lotus), 연꽃이란다.

프리아포스는 소아시아 지방에서 풍요의 신으로 섬겨졌는데 제사때는 반드시 나귀를 잡아 고기를 바쳤다고 한다. 나귀 울음소리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프리아포스로서는 나귀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신화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이 프리아포스가 디오뉘소스의 아들이라는 사실이다. 디오뉘소스는 `뉘사산에서 온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이다. `뉘사'는 인도에 있다는 산이름이다.

따라서 이름부터 인도적이다. 디오뉘소스가 앞세우고 왔다는 `링감(Lingam)'은 `남근상(男根像)을 뜻하는 인도의 말이다. `팔로스(Phallos)',`팔루스(Phallus)'는 각각 그리스어, 라틴어다. 디오뉘소스의 아들 프리아포스의, 몸에 어울리지 않게 큰 성기는 바로 디오뉘소스 교도들이 숭배하던 남근상을 고스란히 연상시킨다. 따라서 프리아포스 또한 인도적(印度的)이다. 연꽃은 어떤가? 불상이 어디 앉아 계시는가? 연화대(蓮花臺)가 아닌가?

디오뉘소스의 인도성(印度性), 디오뉘소스 교도들의 황음무도, 디오뉘소스의 아들 프리아포스의 터무니없이 큰 성기는 그러면 무엇일까? 그리스인들의 이성적인 사유체계로 흘러든 힌두적 격정의 소용돌이, 혹은 죽음조차 가볍게 여기는 초월적인 생명의 기운은 아니었을까?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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