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이야기
작성자 이복근 (211.♡.20.43)
'신화속의 메두사'터키에 살았었다?

어머니 다나에와 함께 조각배에 실린 채 떠내려간 페르세우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세리포스 섬 어부 딕튀스가 조각배를 수습하고 모자를 살려내는데 이 ‘딕튀스’라는 이름은 ‘그물’ 혹은 ‘그물 당기는 자’라는 뜻이다. ‘그물’이 끊어질듯한 이야기를 난바다로부터 건져올려 다시 이어지게 한 것이다.

페르세우스는 생과부 다나에의 슬하에서 딕튀스의 보호 아래 아무 걱정없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을까? 그렇게 자란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나에가 어떤 여인인가? 미색에 눈밝은 제우스까지 단번에 반하게 한 여성, 그래서 몰래 숨어들어온 제우스의 씨앗으로 페르세우스를 지어 낳은 여성이 아니었던가? 세리포스 왕은 또 누구인가? 딕튀스의 형이기도 한 ‘폴뤼덱테스’라는 그의 이름은 ‘많이 받아들이는 자’라는 뜻이다. ‘그물’이 건져올린 것을 ‘받아들이는 자’이기도 한 것이다.

형은 왕이고 아우는 그물 당기는 어부다. 그런데 가난한 아우가 다나에 같이 아름다운 여성을 바다에서 건져올린다.

어머니 다나에 취하려 아들한테 '함정'

형이 미인의 양도를 요구한다면 아우에게는 이것을 거절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페르세우스의 양부(養父)맞잡이인 왕제(王弟) 딕튀스는 다나에를 형왕(兄王)에게 양도하지 않는다. 신의 아들을 기르는 양부나 의부(義父)는 원래 의로운 법이다. 의로운 딕튀스는, 페르세우스는 손수기르되, 다나에는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 살게 함으로써 형과의 갈등을 유예시킨다. 갈등의 유예는 페르세우스가 헌헌장부가 될 때까지 계속된다.

페르세우스가 다나에를 제 힘으로 지킬 수 있게 되자 폴뤼덱테스는 더 기다릴 수가 없게 된다. 그는 페르세우스를 다나에로부터 떼어놓고 싶어 머리를 짜내었다. 그래서 계획한 일이 가짜 결혼식이다. 폴뤼덱테스는 국혼을 선포하고 섬나라의 알 만한 면면들을 궁중으로 불러 걸쭉하게 잔치를 베푼다. 페르세우스가 비록 어부의 식객이었다고 하나 자칭 제우스의 아들인데 잔치에 초대받지 않았을 리 없다. 뿐인가, 왕이 페르세우스를 노리고 베푼 잔치에 당사자를 부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섬나라 풍습에 따르면 국혼이 있을 경우 왕은 미리 잔치를 베풀고, 손님들을 불러 대접한 다음 그 손님들에게 국혼 예물을 마필(馬匹)로 물렸다.

폴뤼덱테스는 예물을 이렇게 물렸다.

“내가 아내로 맞음으로써 누이를 안심할 수 있게 되는 분에게는 말 한 필, 딸을 안심할 수 있게 되는 분에게는 두 필을 물리고자 합니다.” 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이 묻어둔 자가 물었다.

“그러면 어미를 안심하게 되는 자는 몇 필을 물어야 합니까?” 좌중이 웃음판이 되자 페르세우스가 자리를 차고 일어나 그 자에게 물었다.

“나에게는 누이도 딸도 없소.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나라 식객인지라 가진 말이 없소. 다른 예물을 무엇이든 올릴 테니 내게 가르쳐 주시겠소?” 페르세우스의 말에 그 사람은 옳다구나 하고 말로써 덫을 놓았다.

“젊은이가 말은 크게 하오. 가히 메두사의 목이라도 따올 기백이오.”

“따오지요.”

페르세우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이 말꼬리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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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메두사가 사는 곳은 간 자가 있을 뿐 돌아온 자는 없는 땅이다. 영웅 흉내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범부에게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페르세우스는 말을 거두어들이라.”

용감한 자에게 위험한 일을 맡기는 최선의 방법은 그 일의 위험한 정도를 약간 과장해 보이는 일이다. 폴뤼덱테스는 그렇게 한 것이다.

이제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목을 따와야 한다. 메두사는 누구인가? 메두사는 키스테네, 즉 ‘물푸레나무의 땅’에서 사는 괴물 중 하나다. 메두사는 원래 머리카락이 특히 아름다운 처녀였다. 그런데 바다의 요정들로부터 머리카락이 곱다는 말을 듣자, 아테나 여신도 머리카락이 곱다더라, 이러면서 은근히 제 머리결을 여신의 머리결에 견줌으로써, 정의로운 것과 지혜로운 것을 사랑하나 자존심이 몹시 강한 여신의 성미를 건드렸다.

그러나 그것뿐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메두사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사랑을 애걸하자 해신을 아테나 신전으로 꾀어 들어가 신전 바닥에서 바라던 것을 이루게 했다.

메두사 고향 키스테네는 지금의 콘야
P23.6Medousa.jpg
Museum Collection: Metropolitan Museum, New York, USA
Catalogue Number: New York 45.11.1
Beazley Archive Number: 213438
Ware: Attic Red Figure
Shape: Pelike
Painter: Attributed to Polygnotos
Date: ca 450 BC
Period: Classical

SUMMARY

Perseus beheads Medousa with a sickle-shaped sword. The Gorgon is depicted as a beautiful winged woman, asleep, with her head resting on her hand. There is no sign of her monstrous nature. The hero wears the winged boots and cap of Hermes. Beside him stands the goddess Athene in support. She wears the snake-trimmed aigis cloak and holds a spear.



아테나 여신은 차마 포세이돈과 시비할 수가 없어 메두사네 세 자매를 괴물로 만들어 바다(!)에서 먼 북방의 땅(!) 키스테네로 쫓아버렸다. 이때부터 이들의 머리카락은 올올이 뱀(!)으로 변했고, 이빨은 산돼지 엄니처럼 솟아났으며, 붉은 혀는 허리띠처럼 늘어났다. 이들 세 자매는 ‘고르곤’이라고 불린다. ‘강자들’이라는 뜻이다. 세자매 중에서도 메두사는 어찌나 흉측스럽게 변했는지 맏이와 둘째만 제외하고 누구든 그 얼굴을 보는 자는 처음에는 늘옴치 힘살이 풀리면서 생똥을 쏟고 이어 온몸이 그 자리에서 돌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래서 메두사가 사는 키스테네 동굴(!)앞에는 멋모르고 들어가려다가 돌이 된 인간의 석상(!)이 즐비했다.
P23.18Medousa.jpg
MEDOUSA & THE BIRTH OF PEGASOS
Museum Collection: Metropolitan Museum, New York City, USA
Catalogue Number: New York 06.1070
Beazley Archive Number: 203101
Ware: Bilingual (White Ground)
Shape: Lekythos
Painter: Attributed to the Diosphos Painter
Date: ca 500 - 450 BC
Period: Archaic

SUMMARY

The winged horse Pegasos bursts forth in birth, from the decapitated neck of the Gorgon Medousa. The hero Perseus wings away with her head tucked inside his kibisis sack.



이들 세 자매가 있는 곳을 아는 이들은 ‘그라이아이’ 세 자매뿐이다. ‘그라이아이’, 즉 ‘흰 여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백발이었다. 고르곤 세 자매가 있는 곳은 ‘흰 여자들’만 알고 있다. 거기가 어디일까? 기록은 없다.
P24.1Graiai.jpg
Museum Collection: Archaeological Museum, Delos, Greece
Museum Catalogue Number: TBA
Beazley Archive Number: 214261
Ware: Attic Red Figure
Shape: Krater, bell (fragment)
Painter: Attributed to the Phiale Painter
Date: --
Period: Classical

SUMMARY

Perseus steals the single eye and tooth from the ancient Graiai hags. The hero wears the winged boots of Hermes and the cap of Haides.



1999년 1월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을 출발, 항공기로 옛 수도 앙카라까지 갔다가 자동차로 갈아타고, 기독교 초대 교회의 성지 중 하나인 카파도키아, 동굴 교회로 유명한 넵세히르, 수피교의 발상지 콘야, 온천으로 유명한 파묵칼레, 고대도시 에페소스, 이즈미르, 트로이아를 차례로 돌아 이스탄불로 들어갔다. 터키의 동부 고산지대를 제외한 서부를 한 바퀴 도는 대장정이었다.

카파도키아의 산악지대를 지나는데, 보이는 것은 모두 하얀 바위산뿐이었다. “사막과 다름 없는 땅이지만 의외로 뱀이 많은 곳이니 여름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터키 인 안내자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흰 여자들’만 아는, 머리카락이 뱀으로 뒤덮인 고르곤 세 자매의 막내 메두사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신화여행은 환상으로의 멋진 여정

터키 중부는 바다에서 멀고 먼 황량한 땅이다. 해신(海神)포세이돈과의 사랑 때문에 먼 북방(그리스에서 보면)으로 쫓겨간 메두사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카파도키아 지역의 괴뢰메, 젤베 암벽의 무수한 동굴은 아파트의 창을 방불케 했다. 메두사의 동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카파도키아에서, 구약성경에는 ‘히데’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히타이트 제국 및 고대 국가 프뤼기아의 수도 콘야로 들어가는 즉시 나는 지도를 펼치고 주위의 지명을 차례로 읽어 보았다. ‘악사라이’, 즉 ‘백악궁(白惡宮)’, ‘악세히르’, 즉 ‘흰도시’가 콘야에서 멀지 않았다. 콘야에서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염도(鹽度)가 높고 그래서 물빛이 검어 보이는 북부의 ‘카라 데니즈(흑해)’와는 정반대인 ‘악 데니즈(백해)’가 펼쳐질 터였다. ‘흰 여자들’만 아는 메두사의 거처가 그 어름 아닐까 싶은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유서 깊은 도시 콘야에서, 그 도시 역사를 일별하다 나는, 읽은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 눈을 의심했다. 콘야의 옛 이름은 ‘이코니온’, 즉 ‘석상들의 도시’라는 것이었다. 메두사의 머리를 보고 대리석상으로 변했다는 무수한 인간들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그 어름이 메두사가 살았다는 ‘키스테네’, 즉 ‘물푸레나무의 땅’이 아닐까 싶었지만 계절이 겨울인데다 일정이 빠듯해서 나는 그 어름에 물푸레나무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물푸레나무가 많은 것만 확인하지 못했지만 나는 콘야 어름을 키스테네로 증명해내고 싶지 않다. 신화 여행은 환상의 경험이다. 나는 그 흥을 내 손으로 깨고 싶지 않다.

<이윤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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