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선생님, 제발 말씀해주세요
작성자 울산의사회 (211.♡.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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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길다 싶었는데 어느 틈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벗들이며 동료들 친지들과 어울려 훈훈한 정을 나누면서 잔을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자꾸만 나의 뒷머리를 잡아채는 것은 우리 청소년들의 음주문제다.

청소년들의 음주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들의 음주동기와 문제성 음주 청소년의 비율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한 지 오래다.

우리 아이들의 음주 동기는 더 이상 막연한 호기심이 아니다. 그것은 스트레스를 풀고 대인관계를 위함이다. 음주동기가 어른들과 동일한 것이다.

이러한 음주동기가 만연되면 자연스럽게 문제성 음주를 하는 아이들이 많아진다. 문제성 음주란 알코올 중독은 아니지만 술을 마시면 문제가 일어날 정도로 많이 마시게 되고 점차 중독으로 발전하게 될 위험이 상당히 많은 경우를 말한다. 2004년 울산알코올상담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울산시내 중·고등학교 청소년의 33%가 문제성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02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조사한 전국 평균인 25%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우리나라 청소년 4명 중 1명이, 울산의 경우는 3명 중 1명이 장차 알코올 중독이 될 위험이 많을 정도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이 술을 마셔도 되는가 안 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흐려져 있는 듯하다. 많은 학부모들은 청소년이라고 꼭 술을 금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 술이 좋은 점도 많은 음식인데 반드시 못 마시게 할 필요까지야 있겠냐는 생각이다. 학교의 선생님들 조차도 수학여행이나 소풍, 학교 행사 뒤풀이와 같은 자리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마시라고 말한다. 심지어 술 냄새를 풍기면서 벌건 얼굴로 교실에 들어오는 일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거리낌 없이 술을 팔고 청소년의 70% 이상은 술 구입이 쉬운 일이라고 말한다. 한편 TV 드라마 제작자는 청소년이 술을 마시는 장면을 당연하고 멋진 분위기로 묘사한다.

술은 음식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위험한 약물을 포함하고 있다. 중추신경계의 고위 중추를 억제하여 고위인지기능과 자기 통제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음주상태에서 범죄행위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술은 학습능력에 장애를 가져오고 뇌를 비롯한 전신의 장기에 영향을 미쳐서 몸과 마음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것을 방해한다. 청소년기 음주는 알코올 중독의 발병을 4배까지 높인다. 이 정도라면 청소년에게 술을 금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대부분은 안전하게 적당히 마실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총기 소지를 허용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부분에게는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안전하지 않은 일부가 있다. 그로 인해 총기 소지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 사회가 얼마나 큰 아픔과 손실을 겪고 있는지 누구나 알고 있다. 술을 한두 잔 마신다고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두 잔 마셔보고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 특정한 분위기가 되면 평소에는 아무 문제없는 건강한 아이들이라도 자기 통제가 무너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지난 6월에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청소년 금주헌장을 제정하고 청소년의 음주비율이 0%로 떨어지는 그날까지 활동을 계속한다는 의미로 청소년 음주 Zero.net을 발족했다. 청소년의 음주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학부모와 선생님들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른들이 음주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첫째 조건이다. 청소년이 반드시 금주해야 하는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식에 대한 어른들의 공감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경승 마더스병원장 울산알코올상담센터장
[2006.12.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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