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신문] 의약분업 10년의 평가와 향후 발전 방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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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울산의사회 (121.♡.247.184) | 작성일 | 10-12-15 11:29 | ||
의약분업 10년의 평가와 향후 발전 방향 의약분업 시행 10년을 되돌아본다
졸속추진 의약분업, 결국 건보·의료시스템만 악화
최덕종<울산광역시의사회 회장>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의약분업 시행이 구체화된 것은 1997년 의료개혁위원회에서 의약품 분류방식에 의한 단계별 의약분업을 제시한 때부터이다.
1단계는 1999년 항생제, 스테로이드제제, 습관성 의약품 등 제한적 전문의약품을, 2단계는 2002년 주사제를 제외한 모든 의약품을, 그리고 3단계는 2005년 모든 전문의약품을 대상으로 의약분업을 실시할 것을 건의하였다.
이에 따라 1998년 의료계, 약계, 소비자 단체, 언론 등으로 구성된 의약분업추진협의회에서 의약분업 시행방안을 마련했으나, 의협, 병협, 약사회가 각각 의약분업 시행 연기 청원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의약분업 제도의 실행은 연기됐다.
1999년 9월에 의약분업 세부 시행방안이 확정되고, 그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및 전체회의에서 가결된 후 12월에 본 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우리 의료계는 이에 항거하여 전대미문의 의협회장과 집행부의 일괄사퇴, 과도기 집행부 그리고 의권쟁취투쟁위원회 결성으로 연결되는 내부적 진통을 겪으며 외부적으로는 대정부 대규모 투쟁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국민의 정부 대선공약과 9대 개혁과제에 의료개혁시민연합에 속한 김용익, 양봉민, 조병희, 김창엽, 조홍준 교수 등 소위 의료개혁추진세력들이 주도한 의약분업 안이 선정됐지만, 이는 국민적 합의나 검증 절차 없이 의료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만들어진 인기 영합적인 작품이라고 평가되어지고 있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당시 차흥봉 복지부장관은 부산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열린 고관포럼을 필두로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약물의 오남용과 약화사고로부터 국민건강권을 보호하고, 약사의 불법적 임의조제를 근절하며, 재정절감으로 인해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에 도움이 되며,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여 국민부담을 줄이고, 의사와 약사의 전문성을 살려 보다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모 교수는 대통령께 보내는 서신에서 의료계의 리베이트 문제를 읍소했고, 언론은 약가 마진 30.6%의 리베이트 수수관행을 폭로하는 등 의사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호도하면서 한편으로 정부는 준비안된 의약분업 추진을 강행했다.
`국민의 정부' 대선공약으로 국민적 합의 없이 졸속 추진 건보 재정 안정화·항생제 사용량 억제 등 해결된 것 없어 의료계에 희생만 강요하는 각종 악법·규제만 오히려 늘어
의약분업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는 어떠한가? 의약분업 실시를 위해 엄정한 의약품분류, 의료전달체계 확립, 약사의 불법/대체조제 근절을 위한 법제화, 약화사고의 책임 한계, 보험재정의 안정적 확보, 국민 불편감 해소 등 선결돼야 할 사항을 도외시 한 까닭에 이 정책은 실패하게 됐고 10년 전에 지적했던 문제점들을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똑같이 지적하고 비평을 가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항생제 및 주사제 처방량 감소를 의약분업의 성과로 보고 있으나, 실제 항생제 처방량 감소는 정부의 약제 적정성 평가와 무자비한 삭감의 결과임이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항생제 사용량은 증가 일로에 있으며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 현황상 항생제로 인한 약제비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의약분업을 실시해도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장담을 했지만, 의료계는 꾸준히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주장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추가 부담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재정 악화로 인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급해지자, 수많은 보험재정절감대책을 쏟아내기에 이르렀고 그것은 그대로 우리 의료계의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됐다. 차등수가, 야간가산료 소실, 원외처방약제비 환수, 병리수가 인하, 백내장수가 인하, 물리치료 제한, 포괄수가제, 전산심사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 제기된 원격의료는 의료전달 체계를 붕괴시키고 개원가를 파산시킬 공산이 크며, 건강관리서비스는 의료계를 치료전담사로 전락시킬 것이다. 그도 모자라 이제는 총액계약제와 병상총량제까지 나오는 실정이며, 건강보험하나로 법안도 발의된 상태이다. 연간 본인부담금 상한을 100만원 이하로 하자는 안이 곁들여 있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만회하고 지속 가능한 보험제도를 만들겠다는 방안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의료의 질저하는 물론 국민의 치료기회 박탈로 이어져 종국에는 건강보험제도의 파탄을 야기하고 말 것이다.
의약분업 초기에도 재정 적자로 인한 걱정은 의약분업 시행 1년이 지나면서 현실로 나타났고, 복지부장관의 잇단 경질과 담배부담금 인상 등 궁여지책들이 뒤를 이었으나 그 어느 것도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 심각해졌다. 금년 1월 적자 규모만 2268억원으로 올해의 적자가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건강보험 재정적립금도 2조3000억원이 모두 소진 될 전망이다.
문제점 냉철 검증, 환자 중심으로 합리적 개선해야
재정이 악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 적용 대상은 늘고 그에 필요한 재정은 확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장성강화에 따른 항암제, MRI,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장애인보장구 등 급여범위가 확대되는 반면, 재정 수입원인 담배 판매량은 정체되고 국고 지원금 인상은 소폭(3∼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최소한도 금년 9%대)은 불가피한데도 가입자 단체들의 압박과 정책의 편향성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이다.
재정악화의 또 다른 큰 요인은 불필요한 약제비의 급증이다. 정부는 약제비의 증가가 의사들의 고가약 처방, 리베이트 등으로 인한 결과라고 하나, 여기서의 핵심은 약제비 증가의 가장 큰 이유가 의약분업 이전에는 없었던 약사의 조제료 때문이라는 점이다. 2000년 3896억원이었던 조제료가 2008년 2조 3702원으로 증가됐고, 2008년까지의 총 조제료는 15조159억원으로 전체 약제비의 31.6%에 이르고 있다. 총 요양급여비의 27.2%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정부의 약가관리 실패로 약가산정의 오류를 초래해 과다한 약값이 계상되고 제약사간 경쟁과 마진 챙기기가 약값의 거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구고령화와 신약개발,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 등이 또다른 난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의약분업 초기에 의약분업을 하더라도 진료비를 병원에서는 진찰료만 내고 약국에서는 약값만 내므로 국민 부담은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의약분업시행 이후에는 의료기관에는 진료비를 약국에는 조제료와 약품비를 지불하므로 당연히 국민부담은 증가되었으며, 의약분업 시행으로 건강보험재정 증가분에 대해 보험료가 인상됐으므로 국민들의 추가부담이 대폭 증가하게 된 것이다.
약사의 불법·임의조제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지자체 합동단속반이 2006년 4월부터 6월까지 의약분업예외지역 약국 229개소를 대상으로 합동단속을 하였을 때 73개소에서 의사의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판매했으며, 조제기록부 미완성, 전문의약품 판매량 초과 등 92건의 위법 사실이 있었다.
2008년 5월 MBC 불만제로에서는 서울 경기지역 20개 약국 중 80%에 해당하는 16개 약국에서 불법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들어났다. 최근 2009년 6월에는 처방전 없이 전문약을 팔던 약국 79개소가 무더기 적발되거나 처방전 없이 마약류 의약품을 빼 돌리기도 하였다.
건보재정 악화 주원인, 보장성 강화와 약가 관리 실패 비롯 의약분업 실패 감추기 위해 재정파탄 책임 의료계 전가 매도 이제 실패작 인정하고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개념 정립해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현희 의원에게 제출한 보건복지가족부의 2006년 이후 의료인력 행정처분현황에 따르면, 행정처분을 받은 약사의 39.7%가 의사의 동의없이 처방전의약품을 변경 또는 수정조제로 처벌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사는 진료와 처방에, 약사는 처방에 따른 조제에 전념함으로써 의약사의 전문성을 살려 국민 건강증진, 의료비 부담 경감, 편리성을 주어야 하는데도 실제로 국민들이 느끼는 인식은 제도 시행에 부정적이고 의료비는 증가됐고 불편하며, 건강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정부는 잘못된 의약분업제도 실시로 초래된 재정 파탄의 책임을 의료계로 전가시키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을 통합시키고, 포괄수가제 등 의료의 획일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의료의 사회주의화로 인해 규격화 진료와 하향평준화가 초래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의약분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일방적으로 의료계를 매도하고 급기야 리베이트 쌍벌죄로 다스리려 하고 있다.
오히려 의약분업의 최대 수혜자인 약사들에게는 심야응급약국이라는 의료법에 반하는 당근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의사와 환자사이의 상호간 신뢰감의 상실을 초래하고 불신의 폭만 증대시켜 치료의 효과에 역행하게 하고 있다.
정부는 약제비 절감 방안의 하나로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처방 강제를 시도하고, 이를 위해 복제약의 최소한 안전장치인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확대하고 있다. 생동성 인정품목은 2001년 186품목에서 2004년 1160품목으로 폭증했고, 2006년 내부제보자의 증언으로 생동성시험 자료조작 사건이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자료조작이 확인된 307품목이 허가취소되고 576품목은 재평가 중에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의약품 질관리체계와 복제약 전체에 대한 불신이 초래됐다.
선진형 의료제도를 표방한 의약분업 시행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세력들은 아직도 실패작이었음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외국이 배우려하는 좋은 제도라고 선전, 미화하고 있다. 잘못된 의약분업은 건강보험재정파탄, 국민의료비 부담 증가, 국민 불편, 불법 임의조제와 대체조제 성행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손실을 야기했다.
그간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냉철하게 검증하여 환자 중심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제도로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의약분업 시행 이전보다 의료환경이 악화되고 공보험의 근간도 위협받는 이러한 제도를 폐지하고 환자와 의사의 선택에 의해 직접 조제 또는 원외처방을 할 수 있는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길게 본다면 이러한 모순들이 잉태하게 된 근본 원인이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개념의 혼동에서 비롯됐음을 정부와 국민에게 인식시켜 나가야만 할 것이다.
2010년 12월 01일 (수) 의사신문 webmaster@doctorstime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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