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의료급여 환자 정신의료 선진화의 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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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울산의사회 (211.♡.21.15) | 작성일 | 06-10-27 15:26 | ||
김경승 마더스 병원장·정신과 전문의
10월10일은 WHO가 정한 세계 정신보건의 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인구 65억 가운데 4억5000만이 정신신경계 및 행동 관련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매년 87만3000명이 자살로 생을 마치고 있으며 병원이나 보건소 등 건강서비스 기관을 방문하는 4명 중 1명은 정신건강 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진단되지 않고 있고 치료 시도도 이뤄지지 않는다.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부족, 치료의 효과에 대한 정보 결핍, 그리고 세계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와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에게는 사회적 고립과 열악한 삶의 질, 그리고 높은 사망률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인식부족과 사회적 편견때문에 후진국으로 갈수록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치료환경이 문제시 된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우리나라 정신병원의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기사가 심층적으로 보도되었다. 언제까지 정신병원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져야 하는가? 하지만 그것이 어찌 정신병원만의 문제이겠는가? 의료급여 환자가 대부분인 종합병원의 정신과도 유사한 성격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곳이 다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비단 정신병원, 혹은 정신과 전문병원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정신 의료 전체의 문제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정신의료 시스템의 붕괴라고 말하고 싶다.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정신의료 서비스 시스템의 특징은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가 제 3자인 국가인데다가 서비스의 질과 양에 대한 피드백 반응을 하는 환자와 보호자가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능력이나 동기가 결여되어 있는 조건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동의입원(보호자의 동의에 의한 강제입원)이 된 경우 환자는 정작 치료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고 자신이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데다가 보호자 역시 오랜 세월 지치고 치료에 대해 절망하고 있는 경우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적극적인 피드백 반응을 보이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은 비용 지불자인 국가가 맡아야 하겠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가 역시 법은 만들어 놓고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집행하지 않고 있다. 그 것은 국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비용지불의 내용과 방법, 구체적으로는 모든 의료급여 정신과 환자에 대해 서비스의 양과 질에 무관하게 동일한 수가를 지급하는 정액제 수가 제도와 정신보건법 상 시설 인력 기준이라고 하는 것이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고 하는 것을 암암리에 자인하는 것이 아닐까. 환자의 상태와 무관하게 그리고 모든 종류의 정신질환에 대해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는 현재의 제도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치료 프로그램과 노력이 필요한 정신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자 하는 동기가 결여될 수밖에 없고 병원 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는 비용 지불자의 지불내용과 방식에 대해 서비스 공급자가 최소한이라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적극적으로 자신이 지불하는 서비스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할 수 있는 동기를 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둘째, 비용 지불자는 자신이 지불하는 비용이 적절하게 서비스로 나타나고 있는지 감독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신과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정액제 수가제도는 제공되는 서비스에 무관하게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또 그 비용에 걸맞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감독하지 않아 의료급여 정신 의료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기본적인 요인이다. 물론 비도덕적인 경영자나 의료인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한 사회의 시스템이 구성원의 도덕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그 시스템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6.10.03 19:54] 김경승 마더스 병원장·정신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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